한 달 수도 40톤 쓴 집…"대변 냄새" 나길래 들어갔더니

파이낸셜뉴스       2025.12.15 04:40   수정 : 2025.12.15 09: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1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파주 부사관 아내 사망 사건'의 진실이 재조명됐다. 아내가 심각한 방치 상태로 사망한 경위와 남편의 주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3일 방송에서 '사랑, 구더기 그리고 변명 - 파주 부사관 아내 사망의 진실'이라는 부제로 해당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남편 정 씨는 아내 선아 씨의 의식이 없음을 인지하고 119에 신고했다. 선아 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담당의는 연명 치료 결정에 앞서 선아 씨의 상태를 가족들에게 설명하고자 사진을 제시했으며, 이를 확인한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장 구급대원의 충격적인 증언


현장에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구급대원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시신 부패나 개인 위생 결핍으로 침대나 거실에서 대변을 본 환자 집에서 나는 것과 유사한 냄새가 났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있다는 안방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 환자의 위치를 물었다"며 "침대 옆 1인용 소파에서 목까지 이불을 덮고 휴대전화 거치대로 얼굴이 거의 가려진 환자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구급대원은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회상했다. 선아 씨의 전신은 대변으로 오염되어 있었고, 수만 마리의 구더기가 몸 전체에 퍼져 있었다고 한다. 구급대원 도착 당시에도 선아 씨는 대변을 보고 있었으며, 엉덩이와 배, 허벅지, 종아리 등 신체 전반에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부패된 부위마다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고 전했다.

선아 씨는 병원 이송 다음 날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병원 측의 신고에 따라 남편 정 씨는 긴급체포됐다.

"아내의 상태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정 씨는 담당의가 선아 씨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을 처음 듣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아내의 상태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게 변한 다리를 보았지만 단순히 씻지 않아 생긴 일로 여겼다고 진술했다.

이에 선아 씨를 구조했던 구급대원은 "당시 남편에게 수차례 질문한 결과, 3개월 전부터 괴사가 진행되며 구더기가 나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씨는 아내의 상태를 몰랐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구급대원에게 그러한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문가는 선아 씨가 최소 3개월 이상 괴사가 진행되어 구더기가 살을 파고드는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동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씨는 현재 중유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정 씨는 아내의 이불을 교체하고 아내 방의 화장실을 청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변이 나왔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음식을 섭취했다는 의미이며, 누군가가 꾸준히 음식물을 공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불을 목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는 점은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살이 썩어 들어가는 악취가 집안 전체에 진동했을 것이므로,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이 피해자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4개월 전 마지막 목격담, 선아 씨 피부 괴사 시작된 시점


방송 취재 결과, 남편 정 씨는 아내 사망 직전까지도 평범한 일상을 유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아내 선아 씨는 4개월 전 마지막 목격담이 나왔으며, 이 시기는 선아 씨의 피부 괴사가 시작된 시점과 일치했다.

정 씨는 아내 방에서 발생한 냄새를 인지하지 못했던 이유로 섬유탈취제와 인센스 스틱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아 씨의 지인들은 정 씨가 반려견을 키웠기에 향이 강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방송은 또한 괴사가 시작된 시점에 두 사람이 거주하던 집의 전기 요금과 수도 사용량이 전년 대비 비정상적으로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이에 전문가는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돗물은 4인 가구가 한 달에 18톤에서 20톤가량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2인 가구에서 한 달에 40톤 이상을 사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하루 종일 물을 틀어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부터 정 씨는 친구들에게 빈번하게 연락하고 반려견을 데리고 병원에 방문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또한 그는 선아 씨 사망 약 10일 전, 선아 씨 어머니가 보낸 홍어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는 선아 씨가 사망 열흘 전이라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달라진 부부 관계와 공황장애 주장


올해 5월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변화를 보였다. 선아 씨는 가족들에게 갑작스러운 공황장애를 이유로 연락이 뜸해졌으나, 정 씨의 연락은 오히려 잦아졌다고 한다.

정 씨는 선아 씨의 공황장애가 직장 퇴사 과정에서 동료와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년 전 퇴사 당시 선아 씨가 지인과 나눈 대화 내용으로는 우울증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선아 씨의 가까운 지인은 자신이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을 격려했던 선아 씨가 만약 우울증을 앓았다면 분명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며, 그녀가 우울증이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 씨는 선아 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의로 데려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내의 고집으로 인해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내가 우울증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며, 본인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는 "자료를 검토하면 선아 씨가 우울감을 느꼈을 가능성과 공황 발작을 겪었을 가능성이 모두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황장애가 있다고 해서 거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아 씨가 움직이지 못했던 것은 자유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어깨나 배 부위는 욕창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한 피부 괴사"


의료 전문가는 "어깨나 배 부위는 욕창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한 피부 괴사가 발생했으며, 이는 최소 3개월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어깨 괴사는 가장 최근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자상에 의한 괴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흉부 CT 검사 결과 오른쪽 1번부터 6번까지 다발성 갈비뼈 골절 소견이 확인됐는데, 이는 심폐소생술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외력, 즉 폭행의 가능성도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지인들에게는 화목한 부부로 비쳤던 두 사람이었으나, 실제 관계는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남편의 음주는 부부싸움의 주요 원인이었으며, 정 씨는 평소에는 온순했으나 때로는 통제 불능의 폭음과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진급 이후 그의 외부 모임이 잦아지면서 선아 씨가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전해졌다.

제작진은 선아 씨가 정 씨에게 작성한 편지에서 정 씨가 이별을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확인했다. 또한 편지에는 정 씨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는 "두 사람의 관계가 수평적이고 평등한 상태에서 역전되는 관계로 변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경제적 문제와 아내의 심리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관계 역전 이후 남편이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을 수 있으며, 이는 물리적 또는 폭력적인 형태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폭력에 준하는 언어적, 정서적 학대가 발생했을 경우 상대방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해자인 남편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심리적 가스라이팅 상태에 놓여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어떤 압박이나 압력이 존재했을 것"이라며 선아 씨가 정 씨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정 씨는 아내의 상태는 몰랐지만, 아내가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에 전문가는 정 씨가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이유가 그의 가해 행위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선아 씨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동안에도 정 씨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아내의 가족들과 태연하게 대화했다. 이에 전문가는 "정 씨가 아내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를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상적이고 아내를 위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 위해 행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정 씨가 아내의 상태가 심각해지는 시점부터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 요청을 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보았다. 그는 "책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군인으로서, 이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잘 알고 있었기에, 세상에 문제가 알려지면 자신에게 닥칠 처벌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작진 측 "피해자에게 속죄할 유일한 방법…사실 그대로 고백하는 것"


제작진은 정 씨의 부모를 만나 정 씨의 입장을 듣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정 씨의 부모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대화를 거부했다.

법률 전문가는 "자신의 죄책을 면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상태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의학적으로 괴사 발생 시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응급대원의 '피의자가 3개월 전 구더기를 보았다'는 진술이 더해지면 매우 강력한 증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기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감경될 만한 요소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5년에서 7년, 길게는 10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방송은 마지막으로 "유가족과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할 때, 정 씨가 유가족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피해자에게 속죄할 유일한 방법은 사실 그대로를 고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씨가 하루빨리 진실을 밝히기를 촉구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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