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절반 계엄 준비한 尹, 北 도발· 부정선거 조작 시도
파이낸셜뉴스
2025.12.15 17:08
수정 : 2025.12.15 17: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해 온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 지휘부 인사가 있었던 2023년부터 내란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비상계엄 관련 명분을 쌓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군 지휘부를 통해 '북한을 도발'했다고 봤다. 계엄 선포 후에는 국회통제를 위해 윤 전 대통령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관계자 고문 등을 통해 '부정선거 조작'을 획책하려 했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15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2024년 4월 총선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인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며 "군을 통해 무력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후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수사팀의 보고서에 담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시나리오는 '北 도발 통한 위기 상황 조성→비상계엄→군 장악 후 입법권과 사법권 장악→반대세력 제거→독재 체제 구축'으로 요약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2023년 10월 군 지휘부 인사를 앞두고 비상계엄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했다"며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통해, 김 전 장관은 다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통해 비상계엄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 설명대로라면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2025년 4월 4일 탄핵까지 총 1060일간 임기 중 절반(54%)이 넘는 기간 동안 국정 운영보다 계엄에 더 신경을 쓴 셈이 다.
'롯데리아'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노상원 전 사령관은 당시 민간인으로 계엄의 '비선 실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사를 통해 노 전 사령관이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불가 상황이 와야 함', '폭파 잘하는 요원 7~8명 선발' 등을 메모하거나 언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김용현, 여인형 등도 북한 무력도발을 유인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군사작전을 실행한 것을 파악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1월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 자리에서 '비상대권이 있다. 총살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싹 쓸어버리겠다'는 등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며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제거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조작 통해 독재 체제 구축 노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기능 정지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군인을 진입시키고, 부정선거 조작을 획책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계엄 당시 중앙선관위에는 범죄수사와 전혀 관련 없는 대북작전을 하는 정보사 요원 수사단이 파견됐다. 이들은 야구방망이, 송곳, 망치 등 도구를 준비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국정원장, 감사원장 보고를 통해 2024년 4월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고문을 통한 부정선거 조작→국회의원 자격 논란 →비상입법 기구 설립을 추진하려 했다고 의심했다. 군을 동원해 사법권을 장악하고, 비상 입법기구로 입법권을 장악해 입법·사법·행정권을 모두 틀어쥐는 무소불위의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특검팀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은 전날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계엄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확인지 않았다"며 12월 3일로 특검일을 정한 것은 "미군 개입 차단을 위해 미 대선 후 취임 전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은 총 180일간의 수사기간 동안 군검찰 기소 사건을 포함해 모두 27명을 기소했다. 또 총 31명의 국회의원을 조사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상계엄으로 인해 법관, 검사, 변호사 등 모든 법조인들이 피해를 봤다"며 "조 대법원장의 이해할 수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 지귀연 판사의 재판 진행 등 사법부의 권위가 떨어졌고, 특검팀 역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미진 등 아쉬운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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