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은 백화점, 내의는 다이소"…초합리 소비에 울고 웃는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7 06:00   수정 : 2025.12.17 06: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오픈 직후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로 백화점 내부는 패딩·퍼 코트 등 두꺼운 겨울 아우터를 구경하는 고객들이 주를 이뤘다. 4층과 6층에 위치한 여성·남성 의류 매장에서는 정장과 매치할 수 있는 깔끔한 숏패딩과 발랄한 파스텔톤의 퀼팅 패딩 등을 전면에 배치하며 본격적인 겨울 수요 공략에 나선 모습이었다.

최근 추워진 날씨에 패딩을 장만하러 왔다는 이모씨(25)는 "원래 옷에 큰 돈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패딩만큼은 좋은 제품을 사려고 백화점에 왔다"며 "작년에 저렴한 패딩을 샀다가 눈 오는 날 방수가 전혀 되지 않아 옷이 다 젖은 경험이 있어 기능이 괜찮은 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고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이너웨어나 티셔츠는 비싼 제품과 중저가 제품 간 품질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해 브랜드와 상관없이 할인폭이 큰 제품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고가 패딩을 즐겨 입는 한모씨(29)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저가 패딩을 주로 입었지만 세탁을 몇 번 하자 겉감이 쉽게 상하고 충전재가 한쪽으로 몰리는 등 하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취업 후 여윳돈이 생겨 노비스·몽클레르 등 고가 패딩을 입어보니 겉감 내구성이나 보온 측면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꼈다"며 "물론,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차이를 경험한 이후에는 가능하면 고가 패딩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주목받는 '프라이스 디코딩' 소비의 전형적인 사례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 자체보다 해당 가격이 자신이 쓰는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따져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게 의류업계의 설명이다. 오랜 기간 착용하며 제품별 기능 차이가 명확한 아우터에는 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지만 브랜드 프리미엄보다 실용성이 중요한 내의·방한용품은 가성비 채널을 선택하는 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전반적으로 패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브랜드 가치나 기능성 등을 꼼꼼히 비교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늘면서 보온성이 뛰어난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신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가 아우터와 달리 브랜드가 직접 드러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브랜드별 품질 차이가 적다고 인식되는 이너웨어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선보이는 온열 이너웨어 제품 '힛탠다드'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은 9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는 5000원에 발열·기모 내의를 판매 중이다.

아울러 내의·양말 등 '기본템' 위주의 다이소 의류용품 매출은 올해 1~11월 기준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가격의 높고 낮음보다 사용 목적을 충족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다이소 의류용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너웨어 수요가 늘면서 근거리 소비 채널인 편의점에서도 발열 내의·기모 타이즈 등의 판매가 늘고 있다. CU 관계자는 "올해 10~11월 동절기 의류 매출이 전년대비 11.2% 신장했다"며 "'시스루 기모 타이즈' 등 운영 품목도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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