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업무보고에 반발..의협·한의협 "근거도 방향도 흔들린 정책"

파이낸셜뉴스       2025.12.17 13:33   수정 : 2025.12.17 13:33기사원문
의협, 특사경 도입과 탈모 급여화 비판해
한의협 "정 장관이 한방 난임치료 부정해"



[파이낸셜뉴스]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계기로 의료계 내부의 구조적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7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 업무보고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의협과 한의협이 문제로 지목한 정책 방향과 해법은 상반된다.

한쪽은 ‘검증되지 않은 확대’를, 다른 한쪽은 ‘근거를 무시한 배제’를 문제 삼으며 보건의료 정책 결정 구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업무보고가 의료 붕괴의 원인을 일정 부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행을 담보할 구조 개혁과 재정 투입이 결여됐다고 평가했다. 의협은 특히 응급의료,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도입, 한방 난임·탈모 건강보험 적용 언급을 의료체계의 혼선을 키우는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응급의료 문제와 관련해 의협은 “응급환자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선언적 원칙만으로는 현장의 병목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낮은 수가, 법적 분쟁 위험, 인력 부족 속에서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수용을 기피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최선의 응급진료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 국가 주도의 이송체계와 중앙상황실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응급의료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사경 도입을 둘러싼 비판은 의료 거버넌스의 권한 배분 문제로 확장된다. 의협은 사무장병원 근절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건강보험공단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행정권과 수사권의 위험한 결합이라고 지적했다.

수가 계약과 진료비 삭감 권한을 가진 당사자에게 수사권까지 부여할 경우, 의료 현장은 방어적 진료로 위축되고 이는 결국 환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논리다.

한방 난임치료와 탈모 급여화 언급은 의협이 ‘정책 우선순위의 붕괴’로 규정한 대목이다. 의협은 의학적 효과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영역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중증·핵심의료 강화라는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같은 사안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다. 한의협은 정은경 복지부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의약 난임치료의 객관성과 과학적 입증을 문제 삼은 발언을 두고 “보건복지부 스스로 마련한 근거를 장관이 부정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단순한 견해 차이가 아니라 정책 신뢰성을 훼손한 발언이라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복지부가 이미 ‘여성 난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한약과 침, 뜸 치료의 효과성을 중등도 이상 근거로 평가했고, 이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은 외면한 채 지자체 사업에만 의존하는 것은 난임 부부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구조적 차별이라는 것이다.

특히 합계출산율 0.7명대라는 위기 상황에서 한의협은 “가능한 모든 의료 자원을 배제 없이 활용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다수 지자체에서 한의 난임치료 지원이 확대되고 있고, 과거 정부 연구에서도 난임 부부의 높은 수요가 확인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국가 차원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통해 드러난 핵심 쟁점은 단순한 직역 갈등을 넘어선다. 의협은 ‘과학적 검증과 재정 원칙’을, 한의협은 ‘이미 존재하는 제도적 근거와 선택권’을 각각 내세우며 정책 결정의 기준과 책임 소재를 문제 삼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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