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치경찰제 시범운영·수사관 1200명 증원…수사·기소 분리 대비 청사진
파이낸셜뉴스
2025.12.17 18:00
수정 : 2025.12.17 18:00기사원문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2026년 중점 추진과제 제시
수사·기소 분리 대비 '수사 책임성' 강화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자치경찰제 확대와 수사·기소 분리 제도 시행을 앞두고 조직과 수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에 나선다. 자치경찰제는 내년 하반기 일부 시·도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수사 부문에서는 전문 수사관을 대폭 확충해 수사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청은 17일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6년도 중점 추진 과제를 보고했다.
우선 자치경찰제는 2028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내년 하반기부터 일부 시·도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는 경찰법 개정을 추진해 경찰 행정 전반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헌법·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민·관 합동 현장 인권 실태 점검을 통해 경찰 활동 전반에 헌법 가치와 인권 보호 원칙을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사 부문에서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사법 제도 변화를 앞두고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경찰은 내부 인력 조정을 통해 내년 상반기 인사에 맞춰 현장 수사 부서에 수사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 1200여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수사 지휘관 역량 평가를 강화하고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경력을 갖춘 인재 채용도 확대해 민생 범죄 대응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수사 인력 확충 기조와 맞물려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 중심이었던 기동대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범죄가 복잡해지면서 수사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기동대 인원 1000명을 우선 감축하고, 추후에도 면밀히 분석해 추가 감축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기동순찰대 인력 또한 내년 초 1000명을 감축해 수사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도 강화된다. 전문가 등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경찰수사 심의위원회' 운영을 실질화하고 사건 관계인과 변호인이 경찰 수사를 평가하고 환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수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수사에 접목해 수사 효율성을 높이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병행 추진한다.
민생 범죄 대응도 강화된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을 2030년까지 5000억원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중심으로 365일·24시간 대응 체계를 운영한다. 범행에 이용된 번호를 10분 내 긴급 차단하고, 유인 게시글과 악성 앱을 신속 차단하는 등 피해 예방 조치를 강화한다.
온라인·지능화되는 마약 범죄에 대해서는 주요 유통 시장과 가상자산 거래 자금 차단에 집중하고 위장수사 제도 도입과 가상자산 추적·압수 규정 제정 등 법·제도 정비도 추진한다.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는 3중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가해자 격리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스토킹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법무부 시스템과 연계해 피해자 보호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동남아 스캠단지 등 초국가 범죄 대응을 위해서는 현지 수사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공조 작전을 확대한다. 해외 사건·사고로부터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해외안전상황 대응 전담팀을 신설하고 해외 파견 인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혐오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집회 신고부터 현장 대응, 사후 조치까지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엄정 수사할 방침이다. 산업 현장에서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될 경우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신속한 강제 수사와 구속 등 엄정 대응하고, 허위 정보 유포 등 공동체 신뢰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유 직무대행은 "경찰은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지키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며 "주어진 권한을 오직 법과 절차, 국민만을 바라보고 행사함으로써 국민 안전을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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