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홈페이지 단상
파이낸셜뉴스
2025.12.17 18:31
수정 : 2025.12.17 18:31기사원문
워싱턴포스트와 CNN 같은 유명 언론사 다수가 여기에 올랐다. 권력이 정오(正誤)를 판별해 직접 심판의 호루라기를 불고, 국가가 거울 속에 비친 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울을 깨는 모습. 우리가 알던 미국이 맞나 싶다.
이 기이한 기류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당도한 것일까. '언론 개혁'이라는 서슬 퍼런 구호가 다시금 몽둥이를 깎는다. 가짜뉴스를 징벌해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들이 제도란 이름으로 소개된다.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서 나타난 권력의 언어는 더욱 직설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 종편 채널들을 향해 "언론인지 유튜버인지 모르겠다"며 그 자격을 매섭게 몰아세웠다.
언론의 편향성을 질타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대통령의 행보는 사뭇 입체적이다. 대통령은 기성 언론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르며 경계했지만, 우호적인 언어를 쏟아내는 뉴미디어와는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해왔다. 듣기 싫은 소리는 징벌의 대상인 편향이고, 듣기 좋은 소리는 정당한 소통이라는 이분법이다.
그 '유연함'은 지난 대선 투표 전날의 기록에 박제돼 있다. 국운을 가를 결전의 시간, 그는 중립적인 검증의 마당이나 엄격한 토론의 무대에 서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김어준씨의 방송이었다. 종편을 향해 '유튜버 수준'이라 비하하던 잣대는 정작 가장 선명한 색깔을 가진 스피커 앞에선 작동을 멈췄다. 공정을 말하면서도 가장 편안한 진영의 요새 안에서 대권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타인의 편향은 척결해야 할 악이고, 나의 편향은 따뜻한 선인가. 정답은 있다. 민주주의는 누군가의 호루라기 앞이 아닌 광장에서 숨을 쉰다는 것. 이중잣대 위에서 재단될, 오늘의 미디어 정책에 들이댈, 변하지 않는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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