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코앞 환율, 韓경제 먹구름…고물가·소비 위축 '악순환' 우려

뉴스1       2025.12.18 06:02   수정 : 2025.12.18 06:02기사원문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장중 1480원대를 넘은 것은 올해 4월 8일 장중 1482.3원을 기록한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의 모습. 2025.12.1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5.12.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철 심서현 기자 = 간신히 회복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고환율이라는 또 다른 변수에 직면했다. 달러·원 환율이 17일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환율 불안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 물가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심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고환율이 물가·소비·투자 전반을 동시에 압박하며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을 위협하는 복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율 8개월 만에 장중 1480원 돌파…국민연금 통화스와프 가동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했다. 앞서 환율은 2.2원 내린 1474.8원에 출발했으나, 장중 상승 폭을 키우며 오전 11시쯤 148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8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4월 8일(1482.3원)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환율이 상승한 배경으로는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이 지목된다. 외국인은 지난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1조 302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전날도 273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은 최근 국민연금과 맺은 통화스와프를 실제 가동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가동 시점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고환율, 금융위기는 아니지만…실물경제 전반 위협

통화 당국은 현 상황을 전통적인 금융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고환율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환율 수준은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위기라고 할 수 있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가장 먼저 수입 물가가 자극된다. 원자재와 에너지,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상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 회복세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환율 상승의 영향은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은 환율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내수 중심 중소기업이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군은 수익성 악화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도 부담 요인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고,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내부적으로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뚜렷하게 갈린다"며 "물가와 성장 측면의 양극화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환율 불안은 통화정책 운용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가 안정과 환율 관리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향후 금리 정책을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유와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구조상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환율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제 유가가 낮은 수준임에도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원자재와 중간재 중심의 수입 구조를 고려하면 시차를 두고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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