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일방 감축 제동…美 의회, 트럼프 손 묶었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8 06:58   수정 : 2025.12.18 06:58기사원문
미 의회, 국방수권법을 통해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예산 사용 제한 조항 부활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주한미군 문제 둘러싼 의회 견제 본격화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합의 틀 이탈도 예산으로 차단
행정부 재량과 동맹 관리 사이의 힘겨루기 재점화



[파이낸셜뉴스]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을 일방적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예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17일(현지시간) 연방 의회를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의회가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다시 제동을 건 것으로, 한미 안보 현안을 둘러싼 긴장 관리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NDAA를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가결했다.

앞서 지난 10일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상원 문턱까지 넘으면서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게 됐다.

법안에는 의회가 승인한 국방 예산을 한국에 배치된 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겼다. 또 한미가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이를 완료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제한했다.

다만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거나 한국·일본 및 유엔군사령부에 군사적으로 기여하는 동맹국들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내용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할 경우, 60일 이후 예산 사용 제한을 해제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

NDAA는 의회가 매년 국방부 정책과 예산을 심의·통제하는 연례 법안이다. 국방 예산을 주한미군 감축에 사용하는 것을 직접 제한하는 조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사라졌다가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5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NDAA에는 주한미군 약 2만8500명 유지 문구만 담겼을 뿐 예산 사용 제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NDAA는 주한미군뿐 아니라 유럽 주둔 미군 감축에도 제약을 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유럽에 상주하거나 배치된 병력을 7만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줄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감축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회에 입증하면 예외를 인정한다.

아울러 법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원조와 함께 이스라엘, 대만, 이라크 등 동맹국 또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에 대한 수백만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도 승인했다. 동맹국 국방비 분담을 비판해온 극우 성향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를 넘은 결과다.

논란이 된 대목도 포함됐다.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전쟁범죄’ 논란이 불거진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공격 명령과 편집되지 않은 공격 영상을 의회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헤그세스 장관의 출장 예산 25%를 삭감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NDAA에 반영된 2026 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9010억달러로 정부 요청안보다 80억달러 늘어났다. 신형 잠수함과 전투기, 드론 기술 등 핵심 무기 체계 투자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반영됐으며, 군인 급여 3.8% 인상도 포함됐다.


특히 이번 법안은 1991년 걸프전과 2002년 이라크전 당시 대통령에게 사실상 전쟁 개시 권한을 부여했던 무력사용권(AUMF)을 폐지했다.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던 권한을 거둬들이는 조치로, 전쟁 권한을 다시 의회로 되돌리려는 의미가 담겼다.

이 밖에도 시리아 제재 종료,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금지, 기후 관련 프로그램 예산 삭감 등 트럼프 행정부 색채가 반영된 조항들이 NDAA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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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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