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급등 후폭풍…델·레노버 이어 에이수스·에이서도 PC 가격 인상

뉴스1       2025.12.18 07:01   수정 : 2025.12.18 07:01기사원문

레노버 리전 프로 7(레노버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글로벌 PC 기업들이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줄줄이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PC, 스마트폰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 출시될 PC, 스마트폰 등의 가격이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18일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천쥔성 에이서 회장과 후슈빈 에이수스(ASUS)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PC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에 본사를 둔 에이수스와 에이서는 글로벌 5~6위 PC 제조업체다. 에이수스는 게이밍 PC 시장에서 월등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고, 에이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후슈빈 CEO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추세"라며 "유통 채널 및 소비자 수요의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유연한 전략을 통해 적절한 시기 제품 구성, 사양 및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쥔성 회장도 "내년 1분기 가격은 올해 4분기 가격과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신규 주문 물량이 유입됨에 따라 비용 차이가 커지면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PC 1위 기업인 레노버도 주요 고객사에 기존 견적과 가격이 연말에 만료되고, 새해부터 새로운 가격이 적용된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PC업계 2위인 델도 기업용 PC 가격을 최고 30%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PC 가격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PC용 D램 가격이 올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은 AI 수요 확산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스마트폰용, PC용 범용 D램 공급을 조절하고 있고, 그에 따라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서버용 D램 생산에 주력하기 위해 29년간 운영한 소매용 D램·낸드 브랜드 '크루셜'을 철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하면서 HBM과 서버용 D램 생산능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8.1달러로 전월(7.0달러)보다 15.7% 올랐다. 올해 3월(1.35달러)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해당 제품이 8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 9월(8.19달러) 이후 7년 2개월 만이다.

천쥔성 회장은 메모리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0%이고,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30~50% 상승해도 전체 원가는 2~3% 오르는 데 그쳐 영향이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고 내년에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조사들은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PC, 노트북에 탑재되는 D램 용량을 16GB에서 8GB로 낮추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도 PC와 마찬가지로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노트북과 스마트폰 판매량이 올해 대비 각각 2.4%,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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