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신'으로 불리는 '대상혁', 아직도 배울게 남았다는데...

파이낸셜뉴스       2025.12.19 06:00   수정 : 2025.12.19 08:24기사원문
'페이커' 이상혁 재계약 후 첫 인터뷰
30대 나이에도 끊임없는 도전
팬들 사랑 보답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
선한 영향력 아이콘 "어렵지 않다"
"AI와 롤 대결 기대...이길듯"



[파이낸셜뉴스] 리그오브레전드(LoL·롤)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T1과 2029년까지 장기 재계약을 맺고 선수 커리어를 이어간다. 게임업계와 e스포츠업계를 넘어 선한 영향력의 아이콘이 된 이 선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하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상혁 선수는 영웅이라는 의미로 '대상혁'으로도 불린다.

"아직 더 성장할 여지 남아, 증명하고 싶다"
이 선수는 18일 서울 종로구 치지직 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계약에 대해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아직 배우고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며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오랫동안 선수로 뛰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고 밝혔다.

1996년생으로 곧 30대 나이에 접어들게 되는 페이커는 T1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10년 넘게 롤 e스포츠 판의 슈퍼스타로 업계를 이끌고 있다. 30대의 나이에 프로게이머가 처음은 아니지만, 30대에도 여전한 기량을 가지고 정상 자리에 있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올해 월즈(롤드컵)에서 사상 최초의 '쓰리핏(3연속 우승)'과 통산 6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지만, 페이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상 페이커의 기록을 깰 만한 슈퍼스타는 나오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장과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이 선수는 “스스로를 계속 증명하고 싶다”며 "남은 재계약 기간 동안 모두 우승하면 좋겠지만,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더 하고 기량을 성장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목표하겠다"고 전했다.

강한 승부욕을 잃지 않고 있는 페이커는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월즈 결승에서 KT롤스터와 결승전 중 2대 1로 세트 수가 뒤지고 있는데도 페이커가 미소를 짓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도 역대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불리는 LCK 'HOT6 챔피언스 서머' 결승전에서 T1의 전신인 SKT T1 소속이었던 페이커는 KT에게 유사한 상황에서 웃으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이 선수는 "2013년 당시는 기억이 잘 나지 않고, 2025년에는 팀원들과 재밌는 농담을 하다 웃게 됐다"며 덤덤한 반응을 내놨다.



'선한 영향력'의 아이콘, 그가 느끼는 왕관의 무게
실력만 아니라 기부와 모범적인 생활 태도로 유명한 페이커는 이제 e스포츠 업계를 넘어 사회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롤드컵 우승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T1에 축전을 보냈고, 오는 20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담이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페이커가 최근 취미를 '독서'라고 밝히자 청소년들의 열독률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휴식 시간에 주로 책을 읽으며, 책이 영감의 원천이자 인사이트의 집합체이며 '평온함'을 준다고 강조했다.

다만 항상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세상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이 선수는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하고 싶다"며 "이렇게 된 것이 무엇보다 팬들의 관심이 컸고 팬들이 만들어준 이미지인 만큼,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고 절제하는 것이 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의무와 책임을 지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원래 성격이 좀 조심스러운 편이기도 하고 이런 성향을 가진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페이커는 T1의 주장이자 e스포츠 전체를 대표하는 '프론트맨'이다. 그만큼 경기 외적인 스케줄도 살인적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시즌 중에 외부 일정이 많아 경기력이 떨어지다가, 롤드컵에만 가면 집중해서 기량이 폭발한다"는 우스갯소리 섞인 걱정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선수는 프로게이머로서의 변화된 위상을 강조하며 "예전과 달리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잘해서 되는 시대는 아니다"며 "대외 활동이나 문화를 알리는 역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하고,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력 유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변함없지만, 대외 활동이나 문화를 알리는 역할 또한 프로로서 타협하고 수행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AI와 롤 대결 기대"...남편·아빠 '페이커'는 어떨까
페이커는 인공지능(AI)과의 리그오브레전드(LoL) 대결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세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차세대 AI 모델인 그록5와 LoL 최강 팀의 맞대결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선수는 "머스크가 제안한 그록5와의 대결이 개인적으로 기대된다"며 "롤도 AI가 언젠가는 이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저희가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열애설 한번 없이 착실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페이커도 아빠가 될 날이 올까. 이 선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가정을 꾸리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며 "지금은 아직 정해진 가치관이나 계획이 없기 때문에 지금 생활에 집중한 이후 계획을 해볼 것 같다"고 했다.

은퇴 이후의 삶도 아직은 계획된 것이 없다고 한다. 다만 '스스로에게 뜻깊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워가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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