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중기업계의 '바람과 바람'
파이낸셜뉴스
2025.12.18 18:35
수정 : 2025.12.18 18:35기사원문
새해를 불과 10여일 앞둔 우리 중소·벤처업계에는 이 2개의 바람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설레고 희망이 가득한 새해는 2026년 병오년을 맞이하는 중소·벤처업계에는 먼 얘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물가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중소기업계는 정부 정책발 변화의 바람을 어느 때보다 크게 기대하고 있다. 내수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을 옥죄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불안은 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전기료 등 고정적인 비용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벤처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올해보다 더 침체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성장이 정체된 기업, 업종 전환이 필요한 기업 등으로 중소기업을 구분해 지원방식을 달리한다고 밝혔다.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는 자금 지원을, 잠재력이 부족한 기업은 체질개선을 돕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고 재도전 기업을 위한 종합지원도 추진한다고 했다.
특히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하고 단계별 투자·보증을 통해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보이기도 했다. 벤처투자 정책의 방향을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혁신투자 선순환 구조 구축'으로 제시하고, 초기·성장·회수 단계가 단절되지 않는 생태계 조성을 핵심과제로 설정했다.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야 지원이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신호를 미리 포착하고, 기업이 위기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는 불확실성이 상수로 자리 잡은 경제환경에서 정책이 더 이상 과거의 경험이나 직관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험이나 부담으로 보지 않고 성장 이후까지 정책의 시야를 확장한 점도 의미가 크다. 중소기업 범위기준 조정, 스케일업 정책 강화, 기술혁신형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대표적이다.
언제쯤 제도가 본격화될지, 얼마나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하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최악의 환경에 머물러 있는 중소·벤처업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변수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중소·벤처업계의 바람을 제대로 이뤄줄 수 있을지 여부다. 기껏 분 바람이 미풍에 그친다면 변화는커녕 그동안 유지하고 있던 성장동력마저도 멈춰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을 통해 중소·벤처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선순환 구조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예컨대 당장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이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유예 및 보완을 통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대와 바람을 이뤄줄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중소·벤처업계라는 커다란 배가 암초를 지나 안전한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순풍이 절실하다. 이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제도라는 돛과 기업이라는 노가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병오년 중소·벤처업계가 변화의 바람을 타고 성장과 회복이라는 바람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kim091@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