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 기준은 임금이다 vs 워라밸이다

파이낸셜뉴스       2025.12.20 07:00   수정 : 2025.12.20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번주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국제노동페스타'에 다녀왔습니다. 경기도·국제노동기구(ILO)·고용노동부가 공동 주관하고 국내외 노사단체 및 청년들이 함께한 행사였어요. 이 자리에서 노사정과 청년들은 계층이동, 임금·근로시간,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 등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토론 내용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최근 노동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인 임금과 근로시간, 일·생활 양립에 대한 국내외 청년들, 중앙·지방정부 생각입니다. 임금과 워라밸(일·생활 균형) 사이 청년들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워라밸보다 임금? 한국청년 16%, 해외청년은 0%

지난 26일 열린 국제노동페스타에선 '청년 100인과의 대화'라는 세션이 마련됐습니다. 주요 주제에 대해 청년들의 응답률을 보여주고, 이에 대해 청년과 노사정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세션이었는데요.

대주제 중 하나가 '좋은 일자리의 핵심은 워라밸보다 임금?'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같은 질문에 한국 청년 중 16%가 동의했습니다. 해외 청년의 경우 이에 동의하는 비중은 무려 0%였습니다. 한국 청년층의 답변 키워드 중에선 '생존(Survival)'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 반면, 해외 청년층의 '건강', '삶', '가족', '공정임금' 등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한채운 경기 의왕시 의원은 임금을 택한 이유로 "일·가정 양립을 도달하기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 임금만이 계층 사다리를 타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금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 중 하나가 임금이고, 적정 임금이 보장될 때 일·생활 균형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인식입니다.

해외 청년층은 '건강', '삶', '가족', '공정 임금' 등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는데요. 한 우간다 청년은 최저임금·근로계약·모성보호 등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동시간 격차 완화…보장 더 두텁게"

이런 청년들의 물음에 대한 노동당국과 경기도의 어떻게 답했을까요. 요약하면 노동시간·임금 격차를 줄이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간과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간에도 격차가 난다는 것"이라며 "주5일제도 그림의 떡인 사업장이 너무 많다. 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장관은 "내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시간 주권 문제도 중요하다"며 최근 논쟁거리인 심야노동을 예로 들었는데요.

그는 "노동시간이 짧더라도 심야노동을 해야만 하는 조건에 놓여진다면 또는 심야노동을 해야만 기본적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면 시간의 양만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을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임금과 관련해서도 "임금이 아무리 높아도 요양비·주거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웰빙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며 "임금과 관련해서도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를 두텁게 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동연 경기도 지사는 "높은 임금이 워라밸보다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사회에 현존하는 현실적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선 그것(높은 임금)도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직장과 자기 생활 사이 균형을 잡는 것이 이제는 대단히 중요해졌다"고 답했습니다.

■주4.5일제, 연차제도개선 등 국정과제

일·가정 양립은 이재명 정부가 중요하게 추진하는 노동정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내년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주4.5일제가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임극 삭감 없는' 주4.5일제를 추진합니다.

노사 합의로 주4.5일제를 도입하거나 실근로시간을 단축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자 1인당 최대 6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경기도는 정부보다 앞선 올 6월부터 '임극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선택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주4.5일제 △주52시간제 △격주 주4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운영하면 경기도가 노동시간 단축분에 대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입니다.

이외에도 이재명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목표로 △시간 단위 연차 도입 △연차 일수 확대 △연차저축제 도입 △배우자 유·사산휴가 신설 △소상공인·자영업자 육아수당 신설 등을 국정과제에 담았습니다. 근로자의 연차 선택권과 관련 수당을 보장·강화하고 양적인 일수(현행 최대 26일)도 더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임금과 분야에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거론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적정 임금'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무리한 임금차별 등을 적극 개선하라는 주문인데요. 기본적으로 고용형태에 따라 처우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인식인 듯 보입니다.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도입도 추진합니다.

워라밸과 임금. 둘 중에 여러분이 더 무게를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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