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관세 파고 넘은 韓경제, 1% '턱걸이' 성장…환율이 변수①
뉴스1
2025.12.21 06:51
수정 : 2025.12.21 06:51기사원문
2025.8.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올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을 정면으로 맞으며 유례없는 변동성을 겪었다.
지난해 말 발생한 초유의 계엄 사태는 내수 심리를 얼어붙게 했고, 연초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관세 정책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 짙은 안개를 드리웠다.
하반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대규모 확장재정 정책이 경기 침체의 소방수 역할을 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연 1% 수준의 성장에 턱걸이하며 '저성장 고착화'라는 숙제를 남겼다.
예상 못한 '초저성장'…성장률 전망 2.0%에서 1.0%로 반토막
2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경제 기관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기대치(2.0%)의 절반 수준인 0.9~1.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보다 소폭 높은 1.0%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초 각 기관이 제시했던 낙관적 전망치(1.8~2.1%)에 비해 약 1%포인트(p)나 급락한 수치다.
당시 기재부는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을 1.8%로 보았고, OECD(2.1%)와 KDI·IMF(2.0%) 등은 2%대 성장을 자신했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하향 조정된 수치였음에도, 실제 실물 경제에 가해진 타격은 예상을 뛰어넘는 '쇼크' 수준이었던 셈이다.
기재부는 올해 1월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과거에도 탄핵 등 정치적 이벤트를 고려했었을 때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시각에서 2025년 전망에는 불확실성 정도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계엄 직격탄에 내수 마비…美 관세가 가린 수출 길
그러나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충격파는 가계 소비와 투자 등 실물 경제의 핵심 부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치(100)를 상회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2월 계엄 사태 직후 90선 아래로 급락했다.
민간소비의 척도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2.2% 감소하며,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3.2%) 이후 2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그 여파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0.2%로 역성장하며 코로나19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의 수모를 겪었다. 민간소비(-0.1%), 건설투자(-3.1%), 설비투자(-0.4%), 수출(-0.6%) 등 주요 거시 지표가 일제히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1월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 예고는 수출 불확실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월 새 정부 출범까지 이어진 약 2개월간의 '국정 공백기'는 미국의 관세 공세에 대한 선제적 대응 기회를 놓치는 뼈아픈 실책이 됐다.
새 정부, '45조 추경' 승부수…수출·내수 반등의 트리거
시계제로 상황에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경제 정책 기조를 '적극적 확장'으로 급선회하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정부 출범 전후인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편성한 총 4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고사 위기에 처한 내수 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강력한 내수 진작책에 힘입어 민간소비는 2분기 0.5%, 3분기 1.3%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훈풍 속에 1분기 마이너스였던 수출도 2분기 4.5%, 3분기 2.1%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고질적인 관세 리스크도 대미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8월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하는 전략적 합의를 이뤘으며 10월 29일 최종 타결됐다. 이러한 정책적 총력전 결과, 경제 성장률은 2분기 0.7%, 3분기 1.3%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우상향 궤도에 재진입했다.
회복세 판단은 아직…1480원대 고환율, 경제 뇌관으로 부상
바닥은 찍었지만, 완연한 회복세를 단정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치솟는 환율은 한국 경제의 '최대 화약고'로 부상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17일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9일 주간종가 기준 1476.30원을 나타내고 있다.
원화 약세 지속은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물가를 자극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이는 시차를 두고 가계의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어 어렵게 살려낸 소비 불씨를 꺼뜨릴 우려가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대출 부담이 가중된 가계에 고환율발 물가 상승까지 덮치면 실질 구매력이 증발하게 된다"며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경기 회복세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확장재정의 온기를 이어가는 한편,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해 저성장의 늪을 탈출한다는 전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업무보고에서 "적극적 재정 정책과 소비·투자·수출 부문별 대책으로 1.8% 플러스알파(+α)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며 "외환과 부동산 시장은 상시 점검 체계를 통해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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