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창고야, 주거공간이야?" 정부도 헷갈린다는 '다락 분쟁'

파이낸셜뉴스       2025.12.23 07:00   수정 : 2025.12.23 09:12기사원문
전국 광역단체 중 설치기준 보유 1곳뿐
부처 해석 엇갈리며 '혼선'



[파이낸셜뉴스] 창고형 다락을 주거공간으로 속여 분양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다락'을 둘러싼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다락의 정의와 설치기준이 법령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데다, 정부 부처 간 해석까지 엇갈리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건축공간연구원이 발간한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다락 설치 기준을 별도로 운영 중인 곳은 제주 1곳에 불과했다.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관련 기준을 마련한 곳은 20곳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내 자치구가 9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내 시 4곳 △충남 내 군 3곳 △경북 내 시 2곳 △대전 내 자치구 1곳 △전남 내 군 1곳 순이다.

이로 인해 같은 다락이라도 지역에 따라 적용 기준이 크게 달라진다. 어떤 지역에서는 난방설치가 제한되거나 출입구를 별도로 만들 수 없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식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별도 기준 없이 개별 인허가나 유권해석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같은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높이 1.5m 이하의 창고형 다락을 복층형 오피스텔로 분양한 사례가 다수 있다. 분양 당시 개방감을 강조한 복층 구조로 홍보했으나 이후 수분양자가 재산상 피해를 입고 소송을 진행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분쟁이 특정 지역이나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는 다락의 개념과 설치기준이 법령상 명확히 정리돼 있지 않다는 점이 지목된다. 현행 건축법령에는 다락에 대한 명확한 정의 조항이 없고, 1978년부터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점만 예외적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다락을 어디까지 허용된 공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왔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법제처의 해석 차이가 현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다락을 건축물의 최상층에 설치되는 공간으로 해석해 온 반면 법제처는 중간층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해석 차이로 복층형 다락이 확산됐고, 결과적으로 주거공간과 다락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개선 방향으로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적용해야 할 사항은 국가 차원의 공통기준으로 제시하고, 도시 경관이나 지역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항목은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는 이원적 구조를 제안했다. 다락의 위치, 출입 방식, 안전과 관련된 기본 요소는 중앙정부가 정하고, 높이나 형태 등은 지역 여건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다락은 소규모 건축에서 활용도가 높은 공간인 만큼 명확한 기준 정비 없이는 분쟁과 행정 혼선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차원의 기준 정립과 함께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가이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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