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약가인하는 제약산업 포기 선언...전면 재검토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12.22 16:15   수정 : 2025.12.22 16:15기사원문
산업계 "약가 인하 추진되면 기업들 한계 직면"
수익기반 위축되면 R&D 상실, 대량 실업 발생
"합리적 안을 담은 새로운 개편안 제시해달라"



[파이낸셜뉴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강도 높은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수조 원대의 손실과 함께 대규모 실직, 의약품 공급 중단 등 국가적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부는 개편안에 연구개발(R&D)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약가 가산을 주는 방안을 포함해 '재원의 전략적 재배치'를 꾀하고 있다.

의약품 공급망·보건안보 붕괴..."1만5000명 실직한다"
비대위는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국내 제약 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윤웅섭 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제약업계는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제네릭이 수익의 기반이 되는데 이번 개편안은 기업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 것"이라면서 "약가 인하 정책이 추진된다면 국내 제약사들은 사실상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이번 개편안은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새 개선안을 일정 기간 유예, 충분한 시간을 같고 도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는 현재 상위 100대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4.8% 수준인 상황에서, 제네릭 산정 비율을 기존 53.55%에서 40%로 인하할 경우 산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되면 기업 수익 1% 감소 시 R&D 활동이 1.5%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처럼, 신약 개발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며 "이는 '제약바이오 5대 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스스로 포기하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업의 이익 감소를 넘어 국민 보건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가 인하로 인해 자국 생산 비중이 감소할 경우,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대규모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가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이미 7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 시장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위는 매출 감소액을 고용유발계수에 대입했을 때, 산업 전체 종사자 약 12만명 중 10%가 넘는 1만4800여명의 실직이 불가피하다고 추산했다. 특히 생산시설과 연구소가 집중된 지방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가 부활할 경우 요양기관의 초저가 낙찰 요구가 거세지면서 유통 질서가 문란해지고, 판촉영업자(CSO)를 통한 비정상적인 영업 구조가 고착화되는 등 과거 실패했던 제도의 부작용이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혁신 신약 체질 개선 위해선 불가피" 반론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신약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높은 제네릭 가격이 오히려 신약 개발 의지를 꺾는 독이 되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등재된 신약 중 국산은 5.4%에 불과하다.


오리지널 대비 53.55%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제네릭 약가 구조가 제약사들을 위험이 큰 신약 개발 대신 '안일한 복제약 판매'에만 머물게 했다는 분석이다.

건보 재정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도 약가 인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령화로 의료비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효능이 검증된 지 오래된 제네릭에 지출되던 재정을 아껴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의 '혁신 신약' 보상에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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