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판에 금융지주 검사, 이게 바로 '관치'
파이낸셜뉴스
2025.12.22 18:37
수정 : 2025.12.22 18:37기사원문
회장 연임관행, 절차 따라 시정해야
예측가능성 높여 감독 신뢰 회복을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 과정을 공개 비판한 직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정기검사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대통령의 발언 직후 검사 착수 방침이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개입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19일 금융위원회·금감원 업무보고에서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10~20년 해먹고 그러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다음 달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들여다보는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금감원장은 이미 지난 10월과 이달 1일에도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을 위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두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금융계의 오랜 관행처럼 굳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네 차례 연임하며 10년간 재임했고,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역시 세 번 연임으로 9년 동안 회장직을 유지했다. 일부 회장들이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한 뒤 '셀프 연임'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회장들은 연임 이후 금융혁신보다는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영업행태를 지속해 비판을 받았다. 문제의식 자체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지적이 전혀 근거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 제기의 타당성과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구분돼야 한다.
BNK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등은 이미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선정한 상태다. 만약 임추위에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당국은 절차와 규정에 따라 사전에 경고하고 시정을 요구했어야 한다.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선임에 영향을 미치려는 듯한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비정상적 개입이 바로 '관치금융'이다.
더욱이 과거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금융당국에도 있다.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는 대주주 적격성 규제와 회장 선임 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법과 자체 감독규정을 통해 회장 선임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그동안 감독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행태를 보여왔다. 수많은 퇴직자들이 금융회사 요직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며 유착 관계를 형성해 온 것이 우리 금융의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해 온 당국이 뒤늦게 임추위 절차를 문제 삼아 현장 검사에 나서는 것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치금융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하고 금융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도덕적 해이와 부실을 키우기 마련이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와 회장 선임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통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금융감독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혁신이라는 가치가 정치적 논란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