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청와대 시대'…상권은 '들썩'·주민은 '걱정'

'용산 대통령실' 3년 7개월만 역사 속으로 청와대 근무 인력 늘며 매출 증가세 주민들 "소음·교통 우려"

[파이낸셜뉴스] "(청와대 수리를 들어간) 8월 중순부터 하루에 100명 정도 식사를 할 정도로 손님이 늘었어요. 크리스마스(성탄절)가 지나면 수천명이 근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손님도 더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성탄절 전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근처의 한식당에는 '경찰관·청와대 근무자 할인'이라는 홍보 글이 내걸려 있었다. 간단한 문구지만, 청와대 복귀 이후의 상권 회복에 대한 소망이 3개의 단어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식당을 5년째 운영하는 김모씨(63)는 "안내 문을 붙인 것은 8월 중순 무렵"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청와대를 처음 개방하고 2년간은 관광객 손님을 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탓에 주말과 평일 손님 수가 들쑥날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사 인부, 경찰 등이 가게를 자주 찾으며 손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전날 저녁엔 인부 3명이 소고기뭇국 세 그릇을 전화로 미리 주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청와대 이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는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뚜렷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용산 시대를 연 지 3년 7개월 만에 청와대 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에 대한 희망이다.

실제 청와대 인근을 찾는 발걸음은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실시간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곳 2위는 청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인근 실시간 인구 현황은 '약간 붐빔'으로 최근 28일 동시간 평균 대비 135.8% 증가했다.

인근 상인들도 근무 인력이 늘어난 점을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의 직제상 정원은 경호 인력을 빼면 4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파견 나온 각 부처 소속 공무원·경호처·경찰 인력·용역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근무 인력은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도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찰관들이 주변을 순찰했으며 인부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각종 물품을 실은 트럭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경찰 승합차와 기동대 버스도 배치됐다. 한 편의점 점주는 "특히 경찰 손님이 많이 늘었다"면서 "아침에 1만원씩 햇반, 김밥, 컵라면, 핫바 같은 간식을 복지 포인트로 사 간다"고 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이후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시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했다. 과거에도 청와대 본관에서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선 집회가 잦았고, 청와대 분수대 앞은 각종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이 집중적으로 열리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근처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김모씨(44)는 "동네 치안이 좋아 따로 방범창을 설치하지 않았다"면서도 "집회랑 시위 때문에 여름에 창문을 열어 놓지 못했는데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염려했다.

교통 혼잡이 증가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인구가 늘고 상권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차선이 많지 않아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면서 "평일이든 주말이든 집회가 열리면 꼼짝 없이 길이 막혀 갇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은 이달 중순 시작한 청와대 이전 작업을 오는 28일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성탄절인 25일 전후로 작업은 대부분 끝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저가 아직 공사 중이라 이재명 대통령은 당분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출퇴근한다. 관저 이사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e-mail]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