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보다 높은 임금, 오르는만큼 생산성도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2025.12.23 18:33   수정 : 2025.12.23 19:07기사원문
韓 제조업·대기업 상승률 월등
인건비 압박, 경쟁력 끌어내려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이 일본, 대만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10여년 전에는 비슷하거나 소폭 높았던 수준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용근로자 임금 총액 전체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두 나라에 비해 높지만, 제조업에서 특히 격차가 크다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곱씹을 대목이다.

일본, 대만은 제조업에서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쟁국이다. 낮은 생산성은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사안이다.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임금만 가파르게 오르면 제조업이 더 벼랑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3일 발표한 '한일대만 임금 현황 국제비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 임금은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평가환율로 반영해도 두 나라 대비 20% 이상 높았다. 일본의 상용근로자 연간 임금 총액(초과급여 제외)은 5만2782달러, 우리는 6만5267달러다. 우리가 23.7%나 높은 것이다. 2011년엔 한국과 일본의 임금이 3만9000달러 수준으로 비슷했고, 심지어 제조업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낮았다. 대만(초과급여 포함)과 비교하면 2011년 우리가 5%가량 높은 정도였으나 지난해엔 격차가 16.2%로 확대됐다.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우리나라 임금 상승률이 최근 두 나라에 비해 월등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34%, 우리는 이를 크게 앞지르는 64%다. 대만과 비교해도 같은 양상이다. 대만이 같은 기간 54% 오를 때 우리는 70% 급등했다. 대기업 임금은 일본보다 58.9%가 높았고, 제조업에선 일본보다 임금이 27.8% 높았다. 대만과 비교한 수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 제조업에서 한국의 임금이 크게 높은 것은 강성 노조의 영향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과 이익이 근로자에게 고루 배분되는 것은 합당한 일이지만 과도한 임금 인상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득권 대기업 정규직과 영세 비정규직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각하다. 가뜩이나 한국 제조업은 중국의 기술굴기에 주력 분야에서 줄줄이 밀리는 신세가 됐다. 인공지능(AI) 심장을 자처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 부활을 노리는 일본의 공세도 상당한 부담이다.

한국은 전통 제조업에서 다시 결기를 보여야 하고, 첨단산업 주도권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과도한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으로는 경쟁국을 물리치기 쉽지 않다. 첨단산업, 신산업의 높은 규제 수준도 마찬가지다.

경총이 이날 발표한 '최근 규제혁신 정책 전문가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경제학·행정학 교수 200여명 중 77%가 국내 기업 규제 수준이 경쟁국인 미국, 중국, 일본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규제 수준이 낮다는 답은 4%에 불과했다.
정부가 규제혁신을 줄곧 외치고 있지만 실행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전문가 60% 이상은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 예외 금지)'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과 획기적인 생산성 제고, 과감한 규제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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