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가상자산, ‘투기 → 금융 인프라’로 대전환

파이낸셜뉴스       2025.12.26 08:47   수정 : 2025.12.26 08:47기사원문
이더리움, 실물자산토큰화(RWA) 등 제도권 금융 흡수



[파이낸셜뉴스] 새해 가상자산 시장이 단기 시세 변동성을 넘어 금융 인프라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생태계가 실물자산토큰화(RWA)를 흡수해 금융과의 경계를 허물고, 기업간(B2B) 결제 과정에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는 등 ‘인프라 투자’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에 의존해온 이더리움 디파이 인프라는 내년부터 RWA를 수용하며 기관급 금융 인프라로 진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디파이 인프라는 은행과 증권사 같은 중개기관 없이 이더리움 블록체인 및 스마트컨트랙트(조건부 자동계약 체결) 위에서 거래·대출·파생상품 등 금융 기능을 구현하는 개방형 금융 네트워크를 말한다.

국채, 부동산, 매출채권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담보로 활용하거나 유동성을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전통 금융시스템의 높은 수수료와 느린 정산 속도를 해결하는 대안적 인프라로서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랙록, 코인베이스 등과 협력해 이더리움을 핵심 자산으로 간주하고, 토큰화 증권 관련 규정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 한종목 연구원은 “미 SEC가 가상자산 규제에서 관리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금융 인프라가 블록체인 위에서 재편되는 새로운 금융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나스닥이 주식 결제 시스템에 블록체인 도입을 추진하고, JP모건이 기관용 디지털자산 상품 고도화에 나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나증권 박성제 연구원도 “마스터카드는 블록체인 기반 정산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향후 개인 소비자 수준의 블록체인 기반 결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기업 간 거래의 핵심 결제 수단으로 작용한다.

리플(Ripple)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RLUSD’처럼 법정화폐 담보형 자산들은 결제 인프라 기업들과 결합하며 국경 간 송금·정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산 주기가 길고 복잡한 B2B 결제 분야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인 셈이다.

국내 시장 역시 규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제도적 기반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두나무와 네이버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연구원은 “네이버는 두나무의 블록체인과 네이버페이 결제망을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며 “국내 법제화를 대기하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의 시장 선점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다만 국내 시장은 저금리, 제한적인 단기국채 시장 규모, 고도화된 결제 인프라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환경이 특수하다는 진단이다. 토스인사이트 연구소 김현만 연구위원은 “국내 결제 시장의 틈새와 비효율을 공략하는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 해외 기관 참여를 유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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