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치’ 피하려다 ‘관치’에 빠진다
파이낸셜뉴스
2025.12.25 18:19
수정 : 2025.12.25 18:19기사원문
최근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행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는 3년 전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의 '내치'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금융권 CEO 인사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지자 김 전 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능력이 아닌 파벌 위주로 CEO가 선임되는 문제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 계속 해 먹더라'라는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개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 대통령의 지적 이후 곧바로 BNK금융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나섰다. 예전처럼 찍어 내리꽂는 인사가 아닐 뿐, 사실상 지배구조에 대한 간섭으로 금융권이 해석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관치가 인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은행에 보이스피싱 책임이 없어도 피해금을 배상하라는 것에 이어 전세사기 피해보증금까지 부담하라고 금융권을 압박한다. 빚 탕감 재원을 마련할 새도약기금 분담금과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출연금 등 전방위적으로 금융권에 정책비용을 떠안기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국민연금이나 시민단체 등을 금융사 이사회에 포함시키겠다는 등 경영개입 의지를 엿보이기도 했다.
공적 기능을 띠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투명성, 소비자보호는 지향해야 될 중요한 가치이자 의무다. 하지만 은행을 '제2의 정부기관'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경제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관치가 인사에서 시작해 재무와 경영까지 번질 때 금융은 산업이 아니라 행정 하청에 불과해진다.
결국 혁신과 자율성을 해칠뿐더러 은행의 수익이 줄어 건전성이 무너지면 실물경제에도 치명타다. 금융당국은 곧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누가 회장이 되는지가 아니라 누가 그 권한을 통제하느냐가 핵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zoom@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