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들썩이는 물가, 서민 생계 짓누른다
파이낸셜뉴스
2025.12.25 18:19
수정 : 2025.12.25 18:19기사원문
투자은행 내년 물가전망 잇단 상향
구두개입 환율 안정은 단기책 불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기관 37곳 중 14곳이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가 1.9%에서 2.1%로, BNP파리바가 2.0%에서 2.1%로, 피치가 2.0%에서 2.2%로 올렸다. 해외 기관들은 유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으나 속속 철회하고 있는 것이다. JP모건은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물가 상방 압력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도 발표했다.
체감물가는 인건비, 임대료,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하반기 들어 불안한 추세를 보였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쳐 상승세가 더 확대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소비자 선호 외식메뉴 8개 평균가격은 1년 새 3~5%대로 뛰었다. 김밥과 칼국수, 김치찌개 백반 등 서민이 즐겨 찾는 메뉴의 가격의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국내 시장은 원자재, 에너지,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은 물가에 바로 반영된다. 향후 식료품과 각종 공과금의 상승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환율에 고물가가 장기화되면 내수도 다시 얼어붙고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정부가 24일 외환시장에 고강도 구두개입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정책 실행 능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놨다. 더불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1년간 비과세 등을 골자로 한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483원으로 연고점이자 금융위기 뒤 최고치였던 지난 4월 9일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정부 개입 후 급락해 안정세를 찾았지만 근본 개선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다시 뜀박질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환율 진정을 위해 정부의 구두개입과 '서학개미' 세제 유인책은 물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기대응에 불과한 조치다. 기업의 달러 환전을 압박하는 방식도 큰 도움이 못된다. 달러가 부족한 근본적 이유는 경제체력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장기 저성장, 약해진 기업경쟁력, 무분별한 재정 확장 등을 바로잡는 종합처방이 필요하다. 인내와 끈기로 지속가능한 환율 안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