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간의 스페인 건축 기행… 독자와 함께 ‘건축 순례길’ 걷는다
파이낸셜뉴스
2025.12.25 19:04
수정 : 2025.12.25 19:03기사원문
신만석 건축가가 전하는 길 위의 건축가들
'이 길이라면 건축가로서 다시 질문할 수 있겠다.' 마치 어린 시절 처음 낯선 골목길을 탐험했을 때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설렘과 호기심이 동시에 솟구쳤다.
건축가가 왜 순례길을 걷느냐는 질문을 듣는 일이 종종 있다. 처음부터 이 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구겐하임 빌바오 같은 건축물들이 떠올랐고 순례길은 그저 여행의 한 갈래쯤으로 여겨졌다. 종교적 신념도 없었던 내게 '성지순례'라는 단어는 낯설고 다소 거창하게 들릴 뿐이었다.
'길 위의 건축가들'은 건축 전문서가 아니다. 그러나 건축 없이는 쓸 수 없는 기행문이다. 발걸음으로 만난 도시와 사람, 바다와 돌, 고딕 교회와 중세 광장, 벽돌의 질감, 창으로 스며드는 빛, 좁은 골목의 거리감까지 모든 요소가 건축적 리듬을 이루며 마음을 흔들었다. 스페인 북부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본 소박한 집들은 화려한 설계 기법도 첨단 자재도 없었다. 그러나 바닷바람과 비를 막아주고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건축의 본질을 실감케 하는 사례다.
책은 산탄데르의 현대적 해안가, 산티야나 델 마르의 중세 구시가지, 빌바오의 산업 유산과 현대 건축이 공존하는 모습. 각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는지 건축을 이해하도록 설명한다. 특히 구겐하임 빌바오는 '한 건축이 도시의 운명을 바꾼다.'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쇠락한 산업 도시가 문화도시로 재탄생한, 이른바 '빌바오 효과.' 건축가로서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순례에 특별한 지식은 필요 없다. 하지만 걷는 길과 장소를 조금이라도 알고 간다면 여행의 깊이는 배가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길 위의 건축가들'은 건축 용어를 최소화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필요한 경우에 건축가의 시선을 달아 더 깊이 있는 분석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길잡이가 되도록 했다. 이 기록은 45일간의 여정에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해석한 도시와 건축,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가능한 한 사실에 기반했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는 문학적 상상과 표현을 덧붙였다. 이제 828킬로미터의 순례길과 그 끝에 만난 세 도시(마드리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의 여정을 독자와 함께 다시 걸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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