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인 쿠팡의 태도, 고객 최우선 자세로 돌아가라

파이낸셜뉴스       2025.12.26 13:55   수정 : 2025.12.26 13: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60% 이상에 달하는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는 물론 공동현관 출입 번호까지 포함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더욱 심각하다. 문제는 정보 유출을 둘러싼 책임 논란을 넘어 미국 정부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 리스크가 노출되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충분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및 보상 절차를 따르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쿠팡의 태도는 이러한 절차와 태도가 보이지 않아 심각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우선, 쿠팡은 "유출된 개인정보는 3천개에 불과하며 외부 전송은 없었다"라고 발표했다. 쿠팡은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에 의뢰한 조사결과여서 공신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태를 초래한 기업이 조사 방식을 정하는 것을 누가 신뢰 하겠는가. 이런 이유로 정부는 "쿠팡이 주장하는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쿠팡의 조사결과 발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시도라는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쿠팡의 태도 변화도 더욱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사태 초기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축소하고 고객들의 불안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여론이 악화되고 정부 조사가 본격화되자 갑자기 "국민 걱정과 불편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고객 보상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감사에서 답변 태도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던 자세에서 180도 바뀐 이 같은 태도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사태의 초기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권한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쿠팡이 이번 사태를 낳은 당사자이지만, 수많은 소비자들이 쿠팡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쿠팡의 책임을 마땅히 물어야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안타까운 점은 쿠팡이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는 점이다. 고객보다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를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수천만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기업이 다시 일어서기란 쉽지 않다. 뒤늦은 사과와 형식적 보상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다.
기업의 고객 안전 의식과 정보 관리 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진정 고객을 위한 기업은 어떤 조직문화를 갖춰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쿠팡이 지속가능경영을 하려면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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