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라며? 왜 죽자고 덤벼?"... 김연경·박세리·서장훈, 방송국 씹어먹는 '미친 승부욕'
파이낸셜뉴스
2025.12.27 19:00
수정 : 2025.12.27 19:00기사원문
신인 감독' 김연경부터 박세리·추신수의 야구단까지
레전드 스타들, 예능판에서 '진짜 승부' 겨룬다
단순 오락 넘어 땀과 눈물의 성장 서사에 열광하는 시청자들
[파이낸셜뉴스] "대본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제부터는 진짜 전쟁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레전드들이 안방극장을 '태릉선수촌'으로 만들고 있다.
은퇴 후 우아하게 방송이나 할 줄 알았더니, 땀복 입고 호루라기 불며 현역 때보다 더 독한 눈빛을 쏘아댄다. 배구 여제 김연경, 국보급 센터 서장훈, 골프 여왕 박세리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건 예능이 아니라 '다큐' 혹은 '스릴러'다.
가장 충격적인 조합은 채널A '야구여왕'이다. '맨발의 투혼' 박세리가 골프채를 던지고 야구단 단장 명함을 팠다. 여기에 감독은 '추추 트레인' 추신수다. 종목도 파격적이다. 신수지(리듬체조), 김민지(육상), 정유인(수영) 등 타 종목 피지컬 괴물들이 야구 배트를 휘두른다. "공놀이가 제일 쉬웠어요"가 통할까? 천만의 말씀. 추신수의 현미경 지도 아래 흙바닥을 구르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드라마다.
만 살았던 거인의 귀환 예능에서 입담만 과시하던 서장훈도 SBS '열혈농구단'을 통해 본업으로 돌아왔다. 샤이니 민호 등 연예계 농구 고수들을 데리고 아시아 국가대항전에 나선다. 코치 전태풍과 함께 벤치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서장훈의 모습에서 예능인 서장훈은 온데간데없다. 승리를 위해 눈에 불을 켠 '국보급 센터'만 있을 뿐이다.
'리얼'에 열광하는 팬들 '최강야구'가 쏘아 올린 공은 이제 방송가 전체를 집어삼켰다. 복싱(무쇠소녀단2, 아이엠복서), 마라톤(뛰어야 산다2) 등 종목도 가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깔깔거리는 웃음을 원하지 않는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날것'의 서사에 목말라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반납하고 다시 사서 고생을 선택한 레전드들. 그들의 진심이 통했기에, 팬들은 오늘도 리모컨을 놓고 주먹을 쥐며 그들을 응원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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