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200건, 본회의 문턱서 멈췄다…강대강 대치에 '불똥'

뉴스1       2025.12.27 06:01   수정 : 2025.12.27 06:01기사원문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산회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여야가 극한 대치에 매몰되면서 비쟁점·민생 법안이 대거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쟁점 법안에 힘을 싣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생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로 묶어 세운 국민의힘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럼에도 양측은 해법을 내놓기보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그치면서 정국이 풀릴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생법안 200건 표류…반도체특별법·보이스피싱 특별법 등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는 안건은 197건이다. 법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권한 확대법(공수처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요건 강화법(국회법 개정안) 등 일부 쟁점 법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정쟁과 직접 관련이 없는 민생 법안들이다.

대표적으로 여야가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인정한 반도체특별법도 처리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반대하면서 교착이 이어져 왔다. 다만 국가 전략 산업 지원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쟁점인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빼고 우선 처리하자는 데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현재 법안은 본회의 문턱 앞에서 멈춰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수사 정보와 휴대전화 통신 정보, 금융 계좌 정보 등을 보안 당국에 통보하도록 해 피해 확산을 막는 내용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지방세 감면은 일몰 종료 위기에 놓였다. 조합법인 법인지방소득세 저율 과세, 농업인 담보물등기 등록면허세 감면 등은 일몰 연장에 여야가 일찌감치 뜻을 모았지만 정쟁 국면에 발이 잡혀 진척이 없다.

이밖에 재난 피해자의 실질적 지원을 위한 중앙합동재난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이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할 수 있는 국가유공자법 등도 본회의 문턱에서 가로막힌 상태다.

여야 강경 일변도에 발목 잡힌 민생…네탓 공방만 되풀이

이는 여야 간 극한 정쟁이 이어지면서 본회의가 제기능을 못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재석 60명 미만 시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과 더불어 민생법안 다수를 통과시킨 후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사법개혁' 법안을 연쇄 처리하기로 계획했다.

민주당이 범여권 내 이견으로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을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쟁점 법안 단독 처리 기조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라고 보고 지난 9일 상정된 53개 민생 법안 전부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다만 당시 9일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어서 자정과 함께 회기가 종료되며 본회의가 자동 산회됐다. 그 결과 민생 법안 처리는 그대로 무산됐다.

이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 경우 법안 1건당 최소 24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쟁점 법안을 중심으로 본회의 상정 대상을 좁히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달 1차 필리버스터 국면에서는 △가맹점주 협상권 강화 법안 △형사 하급심 판결 공개 확대 법안 △은행법 개정안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등 4개 법안, 2차 필리버스터 국면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만이 필리버스터를 거치며 차례로 처리됐을 뿐이다.

이러한 일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여야가 대화와 타협 대신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상임위 단계에서 단독 처리를 반복하자,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로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쟁점 법안만 대상으로 삼을 경우 민주당이 강제 종결로 맞대응해 왔던 만큼, 국민의힘이 민생 법안까지 필리버스터 대상을 넓히면서 결과적으로 처리 지연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일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민생을 볼모 잡는다"며 비판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회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고 탓하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대치가 완화되기보다 오히려 격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민생 법안 처리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2차 종합 특검을 새해 첫 법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통일교 특검'을 고리로 대여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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