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당첨된 거 같았어요"…美 기업의 '아름다운 이별', 전 직원 6억씩 보너스

파이낸셜뉴스       2025.12.29 04:00   수정 : 2025.12.29 10: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전력 장비 회사가 대기업에 매각되면서 500명이 넘는 직원 모두에게 1인당 6억원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27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루이지애나주 민든에 있는 파이버본드가 최근 대기업 이튼에 매각된 사실과 함께 인수 협상에 포함된 조건 중 하나를 소개했다.

바로 창업자 가족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가 매각 대금 17억 달러(약 2조 4531억원) 중 15%를 직원들과 나누겠다는 조건이었다.

정규직 직원 540명 몫으로 총 2억 4000만 달러(약 3463억원)가 돌아가게 되면서 직원 한 명당 44만3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억 3900만원의 보너스를 평균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장기 근속자들의 경우 수십년간 회사에 헌신한 수고를 인정받아 더 큰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방식의 경우 65세 미만은 5년에 걸쳐 나눠서 지급된다.

워커는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이유로 “함께 고생한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지 않은 채 지역 식료품점에 가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보너스 지급 소식에 직원들은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어떤 직원은 장난이라 여겼고 어떤 직원은 눈물을 흘렸다.

파이버본드의 임원인 헥터 모레노는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 입사 당시 시급 5달러를 받은 한 직원은 30여년간 근무해 이번 보너스로 주택 담보 대출을 모두 상환한 데다 개인 사업의 꿈까지 이루게 됐다.

파이버본드는 1982년 워커의 아버지인 클로드 워커가 창업한 가족 회사다. 전화·전력 설비 구조물을 만들며 규모를 키워가던 회사는 1998년 공장 화재로 위기를 맞았다. 공장이 화재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까지 몇 달이 걸렸음에도 회사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걸 미루지 않았다.

2000년 전력 설비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황을 맞는 듯 했지만, 닷컴 버블 붕괴로 회사는 다시 위기에 몰렸다. 900명에 달하던 직원도 320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가족 같은 사내 분위기와 직원들의 충성심 덕에 위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워커는 형제와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을 맡으며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확장에 나섰다. 2015년엔 CEO에 올라 과거 해고됐던 직원들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워커는 올 연말 회사를 기분 좋게 떠날 직원들을 보며 “직원들이 마지막 보너스로 어떻게 삶을 바꿨는지 앞으로도 그 소식을 자주 듣고 싶다”며 “내가 여든살쯤 됐을 때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적힌 이메일을 받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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