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즉각 제명 '자성론'…국힘 일각 "민주 자중지란 묻혀버렸다"
뉴스1
2025.12.29 13:43
수정 : 2025.12.29 13:43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기현 홍유진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발탁에 즉각적으로 강경 대응한 것을 두고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격앙된 반응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확장 인사를 오히려 부각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격앙된 반응을 일차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이질적인 것도 받아들여 가며 확장하는 전략과 구상인데 이런 점을 고민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 전 의원의 발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당내에서 흥분한 분위기에서 날 선 반응이 여과 없이 투영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명 소식이 나온 당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3시간여 만에 이 전 의원을 제명했다. 당은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 "이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협잡"이라고 규정했다.
이날도 이 전 의원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은 이어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재명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서 자신의 영혼을 팔고 자리를 구걸하고 있다"고 했고,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어떤 뇌 구조이길래 이재명 정부의 제안을 덥석 물었느냐"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계엄 옹호, 윤어게인 하는 사람"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한 전 대표와 함께 친한계 역시 공세에 합류하면서 겉으로는 당내 이견이 드러나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당내에서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해 양지인 서초갑에서 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가 당적과 당협위원장 자리조차 정리하지 않은 채 '전향'했다는 데 대해 배신감이 전반에 깔려 있다.
다만 강경한 목소리가 즉흥적으로 쏟아지면서 비판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점은 전략적 한계로 지적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동요가 있고, 그걸 컨트롤하면서 모양을 만들어갔어야 할 사안"이라며 "당에서 너무 강경으로 나오니까 민주당 자중지란이 그냥 묻혀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현직 당협위원장이 필요할 정도로 여당 내 경제 역량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민주당 분위기를 보며 추후 제명했어도 될 일"이라며 아쉬워했다.
이 대통령의 '우클릭·통합' 기조라는 큰 그림에 맞춰 판을 깔아준 결과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명 직후 이 전 의원이 보수적 의제 구현보다는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일 것이란 명백한 신호가 왔을 때, 이 대통령의 확장 기조가 허구라는 식의 비판을 했어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재선 의원은 "이 대통령은 중도, 그리고 합리적 보수까지 영토를 확장하려고 하는 전략이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바로 대응하기보다는 우리도 조금 길게 보고 운동장을 넓게 쓸 수 있는 전략 하에서의 대응이 나왔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과 '통일교 특검'을 고리로 연대 분위기가 감지됐던 개혁신당과의 온도 차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다"라며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냐.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해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배신자라고 맹비난하는 것은 안 맞다"라며 "어쨌든 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 중요한 자리고, 진영을 초월해서 인사하면 기본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당의 근본 문제로 수렴하는 것"이라며 "느슨한 연대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당내 강경 기조가 일정 부분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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