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과감 투자' 언급한 이혜훈…李 정부 확장재정 뒷받침 전망

뉴스1       2025.12.29 16:14   수정 : 2025.12.29 16:15기사원문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첫 출근길에서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퍼펙트 스톰'과 '회색 코뿔소'로 규정하고 민생과 성장에 대한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예산 편성과 운용 방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 재정 집행을 기치로 내건 가운데, 재정 운용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 이 후보자가 출범 초기부터 '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향후 예산 편성 방향을 가늠할 대목으로 꼽힌다.

다만 재정 투입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실제 운용 단계에서는 긴장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퍼펙트 스톰'·'회색 코뿔소' 꺼낸 이혜훈…향후 재정 운용방향은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후보 사무실 출근길에서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퍼펙트 스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구 감소와 산업·기술 대전환, 양극화, 지방 소멸 등을 거론하며 "이미 위험 신호가 충분했음에도 대응이 미뤄질 경우 현실화하는 회색 코뿔소의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대응 방향으로는 "단기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안목을 가지고 기획과 예산을 연동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잠재성장률 하락, 물가 상승 등 복합 위기 국면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활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한 국가채무를 들어 재정 규율의 약화를 강하게 비판했고, 민생회복지원금 등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재정 매파'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그는 지난해 2월 JTBC 유튜브에 출연해 정부 지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같은 재원을 쓰더라도 정부보다 민간이 쓰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경기 부양용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이로 인한 국가부채 증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올해 이재명 정부의 재정운용 철학과 대치되는 시각이다.

그는 2015년 YTN 라디오에 출연해 "(경기 부양용 추경은) 효과는 굉장히 불투명한 반면에 부작용은 굉장히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국가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가 안 좋을 때 버틸 수 있는 최후의 안전판이 재정건전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바로 이럴 때야말로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서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획예산처가 오늘 태어났다"며 "기획예산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 기획의 컨트롤타워로서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 부처"라고 말했다.

위기 국면에선 재정 역할 강조…청와대와 예산두고 충돌 가능성도

다만 이 후보자는 과거에도 위기 국면에서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언급하는 등 정책적 유연함을 보인 바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충격이 컸던 시기에는 재정이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지난 2020년 MBC '100분 토론'에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어려우면서 숨이 넘어가는 사람에 집중해 지원해야 한다"며 재정 투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후보자의 이같은 발언은 무차별적 확장 재정보다는 위기 대응을 전제로 한 선별적·전략적 재정 운용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재정 지출의 총량보다는 구조와 우선순위를 중시하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되, 위기 국면에서는 재정의 역할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관건은 내년 예산 편성 과정이다. 이 후보자는 효과 없는 재정 투입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2011년 국회 기재위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풀더라도 효과 없는 재정 투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정 규율을 중시해온 이 후보자가 정부 내부에서 '곳간지기'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 확장 재정을 주문하는 청와대·여당과의 조율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가 2027년 예산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지명 이후 입장문을 통해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정파와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한다"며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경험과 역량을 경제 회복과 국민 통합에 쏟아붓겠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고민해 온 제 입장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이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정부의 재정 건전성 관리가 일정 부분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 후보자가 기획처 장관으로 임명되면 확장재정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확장재정과 재정건전성의 균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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