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無민생 국회'로 마무리…통일교 특검도 불발

파이낸셜뉴스       2025.12.30 16:43   수정 : 2025.12.30 16:42기사원문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법안 200건 처리 무산
"野 필리버스터 때문" "與 폭주 때문" 네탓 공방
김병기 사퇴로 여야 협상 중단..사실상 개점휴업



[파이낸셜뉴스] '통일교 특검'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립의 여파로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국회 본회의 역시 '무(無)민생' 본회의로 끝마쳤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여당 원내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것도 주요했다. 결국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해 본회의에 부의된 약 200개의 민생 법안들의 연내 처리가 불발되면서 국회가 민생 위기 해결이란 역할을 사실상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30일 2025년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이광호·김경회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추천안 등 10개 안건을 처리했다. 비쟁점 민생법안은 인공지능(AI) 기본법·전자상거래법·지방세법·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법 개정안 등에 그쳤다. 통일교 특검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에는 반도체특별법을 포함한 약 200개의 민생법안이 부의된 상태지만 대부분의 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여야가 연내 처리를 약속한 통일교 특검의 수사 대상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이 신천지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은 통일교 관련 의혹만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유튜버 김어준씨가 제기한 2022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신천지 개입 의혹도 당연히 포함해야 하며, 대장동 일당 남욱이 증언했던 과거 이재명 후보와 대순진리회 유착 의혹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여야가 통일교 특검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을 포함한 무차별 필리버스터(국회법상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까지 강행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민생 법안이 많이 쌓여 있는데 저희는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고 해서 6개 법안만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민주당 원내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빠진 것도 올해 마지막 본회의가 무기력한 종지부를 찍는 것에 일조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과 배우자의 갑질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저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게 아닌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여당 원내대표가 궐위 상태에 놓이면서 여야의 통일교 특검·본회의 안건 협의는 잠시 마비 상태에 놓였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에 만나 특검과 본회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무산됐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일교 특검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1월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함께 새 원내대표도 선출해 원내지도부를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월 8일 새해 첫 본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이더라도 일단 2차 종합 특검과 통일교·신천지 특검 단독처리를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필리버스터 진행 중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쟁점 법안들을 강행할 경우 여야 대치 국면은 더욱 심화되고, 민생 법안의 본회의 의결 역시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본회의는 여야 극한 대립 속에 개최됐지만 연말에 열린 만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국민들 보기에 매우 어려웠던 경우도 많았지만 국회가 매년 국민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다진다"며 "국민과 국회가 함께 붉은 말처럼 힘차게 뛰어가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과 함께 방청석을 향해 몸을 숙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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