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줄이고, 커피 마셨다"..고물가-고환율이 바꾼 수입식품 지형

파이낸셜뉴스       2025.12.30 16:55   수정 : 2025.12.30 16:54기사원문
기후위기발 원두 가격 상승·고환율에 커피 수입액 17억 달러 돌파
경기 둔화에 위스키·와인 수입 17% 감소... 가성비 와인 수요 확대





[파이낸셜뉴스] 고물가와 원화 약세 여파가 국내 수입식품 시장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올해 국내 수입식품 시장에서 소고기, 커피원두 등 일상재 수입이 늘어난 반면, 위스키, 와인 등 고가 주류 수입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식품통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올해 가장 많이 수입된 식품은 소고기로 집계됐다.

올해 소고기 수입액은 42억3224만 달러로 지난해(41억1189만 달러) 대비 1억2035만 달러(2.9%) 증가했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22억196만 달러에서 7766만 달러(3.5%) 감소한 21억243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수입 식품 순위에서는 2위를 유지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커피 원두의 약진이다. 지난해 8억4854만 달러를 기록했던 커피 원두 수입액은 올해 4억2041만 달러(49.5%) 증가한 12억6895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입 식품 중 3위를 차지했다. 볶은 커피 수입액도 3억5097만 달러에서 4억6530만 달러로 1억1433만 달러(32.5%) 증가했다. 이로써 전체 커피 관련 수입액은 17억3425만 달러를 넘어섰다.

원두 수입액이 급증한 요인으로는 주요 산지의 작황 부진과 고환율이 꼽힌다. 기후위기로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산지의 커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국제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연초 파운드당 3.33달러에서 최근 4.04달러로 21.3% 급등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수입 부담을 키웠다. 저가 원두 대신 산미와 풍미가 명확한 고가의 스페셜티 원두 수요가 늘어난 점도 수입액 상승을 이끌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한국 커피 시장이 성장하면서 획일화된 맛에서 벗어나 산미, 바디감, 풍미 등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프랜차이즈 위주에서 개인 카페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원두 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류 소비는 감소세가 뚜렷했다. 위스키와 과실주(와인)를 합산한 수입액은 지난해 7억7340만 달러에서 1억3412만 달러(17.3%) 감소한 6억3928만 달러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로 중고가 와인 수요가 급감하고 저가 와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체 수입 단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실제 CU에서는 12월 23일까지 1만원 이하 저가 레드 와인 매출이 27.5% 급증하는 등 가성비 제품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이 밖에도 치즈 수입액이 10억7772만 달러로 4위를 차지했으며 밀(7억5963만 달러), 대두(5억7913만 달러), 옥수수(5억1807만 달러) 순으로 곡물류가 뒤를 이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육류나 곡물류 등 일상품 수요는 변동 폭이 적지만 음료 시장은 경기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회식 중심에서 카페 문화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주류 수입은 줄고 커피 수입은 성장하는 추세가 수입 통계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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