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때려치우고 '배관공'으로 연봉 3배" 美 '블루칼라' 임금, 사무직 추월

파이낸셜뉴스       2025.12.31 06:00   수정 : 2025.12.31 10: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육체노동자의 급여가 사무직을 앞지르는 이른바 '블루칼라 억만장자'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하는 반면 기술이 필요한 현장 인력은 부족해지면서 해당 직군의 임금이 급등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수년 내에 이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25일 일본 아사히TV에 따르면 해당 매체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미국 내 건설·에너지·운송·제조 등 육체노동 분야의 급여가 치솟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에스컬레이터 기술자 연봉 중간값은 약 1억 5200만 원


구체적으로 미국 내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기술자의 연봉 중간값은 약 1억 5200만 원, 송전선 설치 및 수리 담당자는 약 1억 3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직종 평균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와 함께 매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정 마이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명문 UC버클리대를 졸업한 뒤 회계직에 종사했던 마이 씨는 당시 상사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던 중 친구로부터 "수학을 잘하니까 배관공은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훈련센터를 방문한 그는 관련 지식이 전무한 신입조차 회계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실제로 급여 변화는 극적이었다. 회계 담당 시절 시급 약 4000엔(약 3만 6700원)이었던 보수는 배관공으로 전직한 후 시급 약 1만 2000엔(약 11만 100원)으로 상승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190만 엔(약 1740만 원)으로, 이전 소득의 3배가 된 셈이다.

'연봉 3배' 배관공, 오전 6시 출근…오후 2시 30분이면 하루 일과 종료


근무 시간 또한 단축됐다. 회계 업무를 수행할 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해야 했으나, 배관공이 된 후에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2시 30분이면 하루 일과가 종료된다.

이처럼 육체노동으로 인력이 회귀하는 배경에는 AI가 자리 잡고 있다. 급여 상승률 측면에서 블루칼라가 화이트칼라를 역전한 것이다. 데이터 분석이나 정보 처리 등은 AI로 대체가 가능해 사무직 인력은 잉여 상태가 됐지만, 건설과 수리 같은 물리적 작업은 AI가 대신하기 어려워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지난 10월 인력 감축 원인 중 AI 요인이 2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사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미국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일본에서도 미국과 같은 블루칼라 고임금 현상이 나타날지에 대해 분석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의료, 간병, 운송, 건설업 등 사회 인프라를 지탱하는 직종의 평균 연 소득은 약 436만 엔(약 4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약 541만 엔(약 4960만 원)인 다른 직종과 비교해 10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이러한 임금 격차로 인해 각 분야의 인력 부족 현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수년 내 일본도 미국과 같은 상황…화이트칼라 임금 정체될 것"
구직자 1명당 구인 건수를 의미하는 유효구인배율을 살펴보면 전체 직종 평균은 1.18배인 반면, 경찰관과 소방관 등 보안직은 6.66배, 건설·채굴직은 5.18배에 달했다. 간병 서비스직은 3.93배로 집계돼 구직자 1명당 3.93건의 일자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산업성 추산에 따르면 인력 부족이 지속될 경우 2040년에는 생활 필수 서비스의 노동력 부족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약 76조 엔(697조 7700억 원)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가시무라 유 수석연구원은 "수년 내에는 일본도 미국과 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며 "화이트칼라의 임금은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가시무라 연구원은 "정규직 해고 규제가 엄격해 미국처럼 AI가 보급돼 일이 없어져도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대신 사내에서 인사 배치전환 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컴퓨터 앞에서 자료나 문서를 작성하는 직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AI의 지능지수(IQ)는 이미 140을 넘어 보통 사람보다 똑똑하다"며 "반대로 사람을 만나 협상하는 영업 같은 일은 AI가 할 수 없어 대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기본 방침을 통해 필수 서비스 인력의 처우 개선을 명시했다. AI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현장 노동자를 육성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임금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26년부터 간병 직원과 장애인복지 시설 직원의 급여를 월 최대 1만 9000엔(17만 4400원) 인상해 전체 산업 평균과의 격차를 줄이고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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