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남았어야? 그랬으면 벌써 망했어"... 손흥민 美 진출, 신의 한 수였다
파이낸셜뉴스
2025.12.31 22:00
수정 : 2025.12.31 22:04기사원문
"반 시즌 만에 LA 접수 끝"... 구단 선정 '올해의 장면' 3관왕의 위엄
북중미 월드컵 준비하기에도 최상
토트넘, 손흥민 나가고 최악... 말 그대로 침몰하는 배
돈·명분·실력 '삼박자' 완벽... 미국행은 도피 아닌 '신의 한 수' 였다
[파이낸셜뉴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과정과 결과를 모두 놓고 복기해봐도 이보다 완벽할 순 없다. 2025년 대한민국 해외축구 결산은 사실상 '손흥민의 미국 정복기' 하나로 요약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가 2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장면 10선'은 손흥민의 현재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손흥민은 이 10가지 장면 중 무려 3개 항목("손흥민이 이끌었다", "손흥민 계약", "손흥민과 부앙가의 비상")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도중인 8월에 합류해 고작 반시즌을 뛰고도 구단의 한 해 역사를 지배한 것이다.
기록을 뜯어보면 더욱 경이롭다. 13경기 12골 4도움. 적응기라는 단어는 손흥민의 사전에는 없었다. 68.9분당 1개의 공격포인트를 생산해내는 무시무시한 효율이었다. 특히 0-2로 끌려가던 MLS컵 밴쿠버 화이트캡스전,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은 그가 왜 '슈퍼스타'인지를 증명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구단 역시 "일부의 의심을 끝낸 득점"이라며 이 장면을 올해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경기장 안에서는 '흥부 듀오(손흥민-부앙가)'가 폭발했다. LA FC는 손흥민 합류 후 9승 4무 2패를 질주했고, 두 선수는 이 기간 25골 8도움을 합작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홈·원정을 가리지 않는 매진 행렬과 LA 시내의 벽화 탄생이 뒤따랐다. 실력으로 증명하고, 스타성으로 흥행을 주도했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손흥민의 미국행 타이밍은 절묘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를 떠날 때조차 품격을 잃지 않았다. 같은 팀 동료였던 위고 요리스가 사실상 쫓겨나듯 을 떠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토트넘은 떠나는 레전드에게 다큐멘터리까지 헌정하며 예우를 갖췄다. 짠물 구단으로 유명한 토트넘 역사상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을 한 선수는 손에 꼽는다. 박수 칠 때 떠났고, 그 뒷모습마저 아름다웠다.
그리고 도착한 미국 땅에서 그는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천문학적인 금전적 보상, 레전드로서의 명분, 그리고 여전히 톱클래스임을 증명한 기량까지. 여기에 LA라는 대도시가 주는 환영과 인프라는 덤이다.
또한,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북중미 월드컵을 최상의 상태에서 준비하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유럽 무대에 대한 미련을 이야기하는 호사가들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곳에서,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기량 저하로 인한 도피가 아닌, 새로운 무대에 대한 '정복'이었다.
2025년, 손흥민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아니 '대성공'이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돈, 명예, 실력, 그리고 박수받는 이별과 환영받는 만남까지. 축구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한 해였다.
우리는 지금 '월드클래스'가 써 내려가는 가장 이상적인 황혼기를 목격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