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스텐트 시대, 항혈소판제 '짧게'가 더 안전하다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4:31
수정 : 2025.12.31 14:30기사원문
이중 항혈소판제 3~6개월이면 충분
12개월 이상 유지 시 출혈 위험 4배
[파이낸셜뉴스] 관상동맥질환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텐트 시술 이후 항혈소판제 투여 기간을 둘러싼 논쟁에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국내 연구진이 3세대 약물용출형 스텐트 시술 환자에서 이중 항혈소판제(DAPT)를 3~6개월만 사용해도 12개월 투여와 동일한 장기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3년 장기 추적 연구로 입증했다.
반면, 12개월 이상 장기 투여한 환자에서는 혈전 예방 효과 없이 출혈 위험만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삽입술이 시행되며, 국내에서도 매달 약 4000명이 시술을 받는다.
문제는 시술 이후다. 스텐트 삽입 후에는 혈전 형성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항혈소판제 요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투여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장관 출혈이나 뇌출혈 등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이 때문에 “얼마나 오래 투여해야 하는가”는 오랫동안 명확한 결론이 없는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 배경에는 3세대 약물용출형 스텐트의 기술적 진화가 있다. 3세대 스텐트는 기존 2세대보다 지주(strut)가 훨씬 얇고, 약물 방출을 담당하는 폴리머의 성질이 개선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혈관 내 염증 반응과 스텐트 혈전증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
연구는 HOST-IDEA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 단기 투약군(3~6개월, 1002명), 장기 투약군(12개월, 1011명)을 3년 이상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심장 관련 사망, 목표혈관 심근경색, 스텐트 혈전증, 주요 출혈 등을 포함한 ‘순 임상사건 발생률’은 단기 투약군 7.7%, 장기 투약군 8.2%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목표병변 실패율(4.9% vs 5.4%)과 주요 출혈 발생률(3.3% vs 3.5%) 역시 통계적으로 동등했다. 즉, 이중 항혈소판제를 3~6개월로 줄여도 장기 예후에 불리함이 없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술 후 1년간 아무런 임상 사건 없이 안정적으로 경과한 환자만을 선별해 추가 분석을 시행했다. 이 분석에서 결과는 더욱 뚜렷했다.
이중 항혈소판제를 12개월 이상 유지한 환자군은, 12개월 이내 단독 항혈소판제로 전환한 환자군보다 주요 출혈 위험이 4배 이상 높았으며, 혈전증 예방 효과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3세대 스텐트 환경에서 장기 유지 요법이 오히려 ‘과잉 치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김효수 교수는 “3세대 스텐트 시술 환자를 대상으로 단기·장기 이중 항혈소판제 요법을 3년간 비교한 결과, 단기 요법의 안전성을 명확히 입증했다”며 “환자의 출혈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예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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