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때린 남자가 성평등 대결?"... 티켓값 116만 원 '기만 쇼'에 외신 맹비난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7:29   수정 : 2025.12.31 17:53기사원문
'여친 폭행 혐의' 키리오스, 시작부터 꼬여버린 '기괴한 섭외'
서브 금지에 막춤까지, 스포츠 정신 지운 '삼류 예능'
각종 외신들 "성평등 정신 망각한 쇼" 맹비난



[파이낸셜뉴스] 역사상 4번째 '성대결'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흥행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52년 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성평등을 향한 사회적 메시지도, 치열한 승부의 세계도 없었다. 남은 것은 기괴한 변칙 룰과 고액의 티켓값뿐이었다.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닉 키리오스(30·호주)와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의 맞대결은 키리오스의 2-0(6-3 6-3)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외신들은 승패 결과보다 이번 행사의 변질된 의미에 주목하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춤과 농담이 난무한 쇼 AP통신은 이날 경기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경기 도중 언더핸드 서브가 나오고, 선수들이 농담을 주고받거나 춤을 추는 등 진지한 승부라기보다는 관중들이 즐기는 쇼에 가까운 모습이 연출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주최 측이 도입한 '변칙 룰'에서 이미 예견됐다. 사발렌카의 코트를 9% 줄이고, 두 선수 모두 세컨드 서브를 금지하는 규칙은 스포츠의 공정성보다는 인위적인 밸런스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ESPN은 이를 두고 "더 넓은 문화적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에이전시 소속 선수들이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벌인 쇼"라고 꼬집었다. 티켓 가격이 최대 800달러(약 116만 원)에 달했던 점도 이러한 상업적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번 경기는 1973년 보비 리그스-마거릿 코트, 같은 해 빌리 진 킹-리그스, 1992년 지미 코너스-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에 이은 테니스 사상 4번째 공식 성대결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는 1973년 당시 29세였던 킹이 55세의 리그스를 3-0으로 완파한 승부다.

당시 킹과 리그스의 대결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남녀 상금 격차와 성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어드밴티지 없는 동등한 조건으로 맞붙어 여성이 승리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승자 독식 상금 10만 달러라는 명확한 목표도 있었다. 반면, 이번 대결은 긴장감과 명분 모두 떨어졌다는 평가다.

4대 메이저대회의 남녀 상금이 동일해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상금 규모도 공개하지 않은 이번 이벤트는 과거와 같은 절실함이나 시대적 소명 의식을 찾기 힘들었다.



또하나 팬들이나 외신이 큰 문제로 삼는 부분은 키리오스를 '성대결'의 파트너로 선정한 것 이다. 키리오스는 과거 테니스 남녀 동일 상금 지급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2021년에는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성평등 이슈와는 매우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결국 이번 대회는 '성대결'이라는 역사적 유산을 차용했음에도, 그 안에 담긴 가치는 계승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BBC 역시 "높은 기대만큼 강렬함은 없었고, 느릿느릿한 속도로 진행된 비시즌 친선경기처럼 끝났다"고 총평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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