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하청도 원청에 교섭권 행사… 사용자 혼란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2026.01.01 18:06   수정 : 2026.01.01 18:06기사원문
(하) 노조법 2·3조 개정 첫해
노조법 개정안 주요 변화 중 하나
간접고용도 원청을 사용자로 간주
하청·비정규직, 실질 협상력 증가
기업, 협상 난이도·법적 리스크↑
李정부에선 '격차해소법' 명명
하도급 구조 개선 기대 동시에
노조간 주도권 다툼 배제 못해
공공부문 교섭 모범사례 돼야

전 정부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통과가 무산돼 온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2·3)은 정권교체 후 81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고, 오는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하투' '추투'부터 민간보다 노조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중 '연쇄 하도급 발주'와 계열사가 즐비한 대기업 위주로 얽히고설킨 '거미줄 교섭·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란봉투법을 필두로 이재명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노조 조직률 확대,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를 목표로 두고 있는 가운데 법 시행 이후 어떤 교섭 사례·반응이 나오는지에 따라 새로운 노사관계 판의 대략적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2026년 노사 교섭 '안 가본 길'

1일 정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2·3조는 오는 3월 10일 시행된다. 이를 앞두고 정부는 창구단일화·교섭단위분리 원칙을 제시한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이후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할 지침(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 시행일 이후부터 원청 기업과 노동위원회를 대상으로 원청과 교섭이 없었거나 시행일 이후 신규로 설립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또는 문의가 쇄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개정 노조법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노사 교섭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기존 단체협약을 맺어 온 노사는 기본적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 시기에 맞춰 교섭을 개시한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길이 열리면서 원청과 교섭관계가 없던 하청 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섭에 앞서 원청의 사용자성과 관련해 노사 모두 중앙노동위에 이의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N차 하청 노조 입장에선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의제는 모두 신청해 볼 가능성이 크다. 하청 노조 입장에선 무조건 신청해보는 게 '없어도 본전'이기 때문이다.

중노위에서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했더라도 불리한 판정을 받은 사용자 또는 노조는 행정소송을 이어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로 인해 노사 모두의 교섭 피로감은 이전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연쇄적 하도급 구조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 경영진 입장에선 단협 기간 전부터 교섭 유무를 따지기 위한 공방을 벌여야 한다.

단체협상이 많이 개시되는 여름부터는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난상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조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부문도 주요 협상 사례가 될 전망이다.

■'탈출구' 없는 사용자

거미줄 교섭을 피할 수 없는 기업의 경우 원청 노조와 N차 하청 노조가 각각 교섭 전략을 어떻게 짤지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노위에서 하청 대상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원청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하청 노조와 교섭에 나서거나 법정 소송을 벌이는 것 외에 딱히 없다.

법조계에서 난상 교섭을 피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필요한 단위만 남기고 불필요한 지배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사용자는 교섭 대상이 되는 원·하청 노조의 교섭 전략과 방향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정부는 임금·근로조건 차이가 큰 원·하청 노조가 공동 교섭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관건은 하청 노조의 창구단일화 여부 및 방식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제시한 방침에 따르면 당사자가 원하는 교섭단위는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 하청 노조 교섭 창구가 쪼개질수록 난상 교섭을 벌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노동계에선 기업의 우려가 과도하고 지나친 기우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정부도 올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명확하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자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소송전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노사정의 우려가 겹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본보기 가능성

정부는 개정 노조법이 '격차해소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교섭 대상·범위를 확장해 하청 노조의 협상력이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고용안정, 임금 상승 등 근로조건을 보다 높이고, 더 나아가 지금의 '연쇄 하도급'과 같은 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다만 시행 첫해인 올해엔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원청의 한정된 인건비·운영비를 두고 노동조합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보다 노조 조직률이 높고, 정부의 통제 권한이 더 많은 공공부문에서 실질적 교섭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노동계는 교섭 요구 대상이 실질적 지배력이 행사된 의제에 한정된다고 하고 있지만, 그 여부와는 별개로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임금·고용 등 근로조건 개선 교섭 요구도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꾸준히 거론해 온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근로자 간 이해관계·근로조건 조율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탓에 정부가 원하는 모범 사례가 공공부문에서 먼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와 업무보고에서도 언급한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조건 차별 문제 역시 공공부문을 겨냥한 발언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 단체교섭 역시 공공부문에서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의 출퇴근에 큰 영향을 끼치는 버스, 지하철,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도 공공부문과 겹쳐 있는 부분이 많다"며 "파업으로 인해 국민들이 체감할 불편함이 제조업과 같은 일반 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공공부문 영향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앙·지방정부가 비용적 측면에서 관리 가능한 공공에서 모범 사례가 먼저 나오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