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단 갈등에 현안 뒷전… 노동개혁부터 대화 시작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1.01 18:20   수정 : 2026.01.01 18:29기사원문
김진표 前 국회의장이 말하는 한국정치와 경제
계엄 막아내며 존재가치 보여준 국회
이후 대화 사라지고 극한 대립 치달아
'통합의 정치'로 합리적 대안 찾을 때
해결 시급한 사회문제는 '노동개혁'
원청·하청 양극화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주52시간제·최저임금 등 차등화 필요
39년 전 만든 헌법, 지금은 맞지 않아
특히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 절실
선거법·정당법·국회법도 함께 고쳐야

2025년은 정치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된 해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치권의 갈등은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극한 대치는 국회 운영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린 채 여야 간 충돌이 본회의와 상임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고, 협치의 복원 가능성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1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었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12월 19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오히려 과거보다 대립과 갈등의 정치는 더욱 증폭되고 악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인터뷰는 전임 국회의장에게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 전 의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여당의 일부 협조 속에 비상계엄을 해제한 과정은, 국회가 존재 가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민적 신뢰를 받았다"면서도 "현 야당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로 '윤 어게인' 노선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불신이 있지만, 여당도 위헌 정당 해산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국회 다수 의석만 믿고 너무 무리하게 몰고 가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보이질 않고, 상대방을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팬덤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여야 모두 팬덤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양극단으로 쏠림현상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이 있다. 물(국민)은 배(대통령, 정권)를 띄우기도 하지만, 격랑이 일어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그것을 잘 음미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줬던 것처럼 지금 정치인들이 유념하고 명심해야 할 건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극한 갈등에 빠져 있는 사이 현안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있다. 김 전 의장은 해결이 시급한 사회 문제로 '노동개혁'을 꼽았다. 김 전 의장은 "노동개혁은 우리나라가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의 개혁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 도입 등의 노동개혁을 했던 것이 유일하고 그 뒤에는 노동개혁이 전혀 없었다"면서 "자본개혁이라는 것도 필요하지만 노동개혁을 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지금 노조(노동계)를 움직이는 것은 다 원청의 대표들이다. 자신들을 위해 투쟁할 일이 아니라 하청, 재하청을 도울 수 있는 그런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률적인 주52시간 근무제 역시도 원청 노조 중심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 전 의장은 "노동개혁의 방향은 원청, 하청, 재하청 간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의 획일화도 고쳐야 한다.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2025년 한국 정치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2024년 12월 3일, 저를 포함해서 온 국민들이 경악했다. 왜냐하면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40년 전에나 했던 역사적 유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다시 한번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비상계엄 조치를 막았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한편으로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좀 더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사람을 잘못 뽑도록 만들어진 우리 정치 문화도 문제가 있다. 이제는 이렇게 하다가는 국가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나 정치 문화를 옳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필요성을 국민들이 자각한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정치권에서는 새해에 어떤 시대정신, 화두를 제시해야 할까.

▲우선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강국인 미국과 한미동맹을 계속하는데, 미국이 국익 우선주의로 가니까 그것을 서로 잘 교섭해서 안보 면에서의 동맹과 경제의 동맹이 함께 결합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미국의 소위 트럼피즘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갈까 그런 것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국가다. 거기에 맞게 행동하고 그런 국가를 만들어낸 위대한 국민들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줬던, 자신이 다섯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 용서하고 통합의 정치를 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치인들이 유념하고 명심해야 할 건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공지능(AI)으로 사회 전반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와 국회가 방향을 잘 잡아서 금년도 예산안은 완전히 인공지능 전환(AX)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3분의 1로 줄였는데, 그것을 다시 되살려서 역대 가장 큰 규모로 R&D를 잡았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자산은 5000만 국민뿐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노동 인구당 로봇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AI 분야에서 미국, 중국이 개발해 놓은 걸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적어도 피지컬 AI 분야에 있어서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된다. 그래서 이 부분이 시기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제 여야가 이걸 놓고 다툴 시간이 없다. 국회가 앞으로 이 AX를 운영하다 보면 AX를 촉진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개헌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해달라.

▲39년 전 대한민국을 보면 그때는 진짜 비상계엄이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났던 개도국의 초기 단계였다. 그런데 지금은 선진국, G7의 위치까지 바라보고 있는 입장인데 그때 만든 헌법 규범이 지금 맞을 리가 없다. 가장 크게 맞지 않는 것은 5년 단임제다. 현실적으로 개헌을 이루어내려면 여야가 완전히 합의할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이 필요한데, 저는 저출산 개헌이라고 본다. 그런데 5년 단임 정부와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임기 중에는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효과가 나질 않는다. 적어도 최소 10년 이상 가야 나오기 시작한다. 국회를 둔 대의민주주의의 큰 원칙은 대화와 타협이다. 지금 정부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안 하니까, 대화와 타협을 안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다만 그 개헌은 헌법만 고쳐서 되는 게 아니고 선거법, 정당법, 국회법 등 세 개를 함께 고쳐야 한다. 첫 번째는 선거법이다. 선거법이 모든 선거가 지금 소선거구 제도인데 소선거구 제도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걸 다 독점해버린다는 것이다. 중대형 선거구로 바꿔야 한다. 현재 정당법 안에 지극히 비민주적인 요소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전 세계에 없는 우리나라 정당법에만 있는 당 대표 제도다. 정당 민주주의를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원내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또 국회법도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원제인데, 단원제는 졸속 입법의 우려가 크다. 인구가 대개 500만명이 넘는 국가는 대부분 양원제이지 단원제를 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늘려서 양원제로 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다. 그러면 단원제를 하면서 졸속 입법의 폐해를 막으려면 법사위를 고쳐야 한다. 법사위를 복수 상임위로 해야 한다.

―올해 경제 현안에 대한 진단을 해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지금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전부 미국으로 몰려가 투자하면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걸 막으려고 정부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 정부가 개혁을 국회를 통해서 하는데, 자본개혁만 한다는 점이다. 자본개혁도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본개혁만 하고 노동개혁을 안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노동개혁은 우리나라가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재벌개혁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노동개혁을 했던 것이 유일하고 그 뒤에는 노동개혁이 전혀 없었다. 지금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계가 양극화돼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일류 기업은 노동 조건이 최고로 돼 있는 반면 하청, 재하청으로 내려가면 형편없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이 없다면, 이 같은 노동의 문제 때문에 한국의 자본이 탈출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이 계속해서 발전하려면 노동의 질이 높아져야 되는데 하청, 재하청이 저렇게 열악한 노동 조건하에서는 노동의 질이 높아질 수가 없다. 노동개혁의 방향은 원청과 하청, 재하청 간의 노동계 안에서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되고 그렇게 하는 데 실제로 국회에서 도와줘야 할 입법들이 몇 개가 있다. 예를 들면 근로시간제 같은 것도 일체의 예외 없이 주52시간제를 하는 것은 원청 노동자들이 대표하는 노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본다.


―정부와 여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집권 여당은 대통령제하에서는 대통령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은 잘하는데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당 입장에서 반성이 있어야 하고 결국은 국민의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고 여당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지지를 따라가야 맞는데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여당이 스스로 반성해서 개혁 입법에 있어서 속도를 좀 맞출 필요가 있다.

대담 = 김규성 정치부장

정리=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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