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도 줄어도 문제… 인구대책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2026.01.01 19:12
수정 : 2026.01.01 19:12기사원문
"늘어도 문제, 줄어도 문제다". 내년 10월까지 인구감소지역 재지정 기한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재지정이 안될 경우 그동안 각종 혜택을 받았던 행정·재정적 지원이 축소되거나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서다. 지방권은 도농복합도시 내 면(邑) 지역이 통계상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에서 배제되는 문제로, 수도권은 '수도권 규제'와 지원 배제 문제를 놓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순천·여수·나주·광양 등 도농복합도시 내 면 지역은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인 고위험 지역이 많지만, 시 단위 통계에 묶여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도시 지역 인구가 함께 반영되면서 실제 농촌 인구 감소가 희석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좀 더 정교하고 합리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런데 사실 인구감소 대책은 정책 목표와 의도의 지향과는 별개로 패착에 가깝다. '낙인찍기' 효과로 인구감소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긴 이미 끝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오히려 지정 자체가 지역소멸을 가속화하는 역설적 현상을 낳고 있다.
현재 89개 인구감소지역과 18개 관심지역이 지정돼 있지만 전국 228개 행정구역 중 절반 이상이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난 2021년 첫 지정 이후 5년마다 추가 지정을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3년간 인구감소지역은 평균 3.51% 감소, 비감소지역보다 감소폭이 컸다는 점이다. 각종 지원과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인구감소 지역은 재정 의존성이 극도로 높아 지정이 취소될 경우 지역 자립이 어려워지는 극한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지원을 받아도 인구 감소세가 완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책 효과성에 대한 회의감, 지역 주민의 불신이 증가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반면 인구가 늘어난 지역은 오히려 지원 축소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인구가 늘어나면 지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주민은 혜택 축소로 불이익을 체감할 수 있고, 자립 기반이 약한 경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위험도 우려된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부터 지방정부 노력으로 인구가 증가한 지역에 대해서도 행정·재정적 지원을 유지한다고 방침을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전문가들은 재지정 문제는 단순히 인구 수치에 따른 지원 여부가 아니라 지역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지역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책 마련이 마땅치 않다. 일부에서는 이런 인구감소 대책의 한계로 앞으로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든 지역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지역 축소를 관리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차원에서 인구 증감이 아니라 인구 규모와 상관없이 의료 및 교육접근권, 돌봄 이동권 등 기본권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정책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정착형 이민 설계를 통해 외부 인구 유입과 내부구조의 개혁이 결합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다. 결국 인구감소 대책은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는 지역에서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국가 구조 개편안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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