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줄 알았던 러시아 명품…모스크바 매장엔 ‘풀라인업’
파이낸셜뉴스
2026.01.02 01:36
수정 : 2026.01.02 01:36기사원문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대표적 백화점 '쭘(Tsum)'은 EU가 2022년 도매가 기준 300유로를 초과하는 명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버버리, 구찌, 보테가 베네타, 입생로랑(YSL), 발렌티노, 끌로에 등 서방 고급 브랜드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제품만 4000개 이상이 온라인 카탈로그에 올라와 있으며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품 역시 상당수 유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러시아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을 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UAE 경유 '우회 수출'
이같은 유통은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 제3국을 거치는 재수출 방식이 핵심 경로로 지목된다. 명품 브랜드들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직접 러시아에 수출하지는 않지만, 제3국 중개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쭘에서 판매 중인 유럽 명품 약 600개 품목을 표본으로 삼아 이탈리아·프랑스 소매점 가격과 비교했다. 그 결과 해당 제품들의 EU 평균 가격은 1229유로였으나, 모스크바에서는 평균 2626유로로 두 배 이상 높았다. 고급 시계는 서방 가격이 1만 7700유로인 반면 모스크바에서는 3만 3100유로에 판매됐고, 핸드백은 유럽 평균 1900유로에서 모스크바 5200유로로 가격 차이가 가장 컸다.
EU 제재는 개당 300유로를 초과하는 명품을 러시아에서 사용하거나 러시아 개인·법인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기준은 수출 신고서에 기재되는 도매가에 해당하며 업계에서는 소매가 기준 약 1000~1200유로 수준으로 해석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루카 리산드로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FT에 "EU가 정한 가격 상한선 내 제품만 모스크바 백화점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러시아 세관 자료에서도 EU에서 직접 선적된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품은 대부분 300유로 이하로 나타났다. 다만 고가 제품은 터키를 경유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재가 키운 '러시아 명품 물류 산업'
제재 회피 과정에서 러시아 내 고가 명품 전문 물류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물류업체 글로벌 스타일 임포트는 "전 세계 최신 스타일에 대한 접근을 지원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며 2025년 1·4분기 이탈리아산 돌체앤가바나 제품 170만 달러어치를 터키와 UAE를 경유해 수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 품목은 신고가가 1300달러에 달했다.
머큐리는 1993년 설립돼 러시아 최대 명품 유통업체로 성장했으며 2016년 쭘을 인수했다. 경매회사 필립스도 소유하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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