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아이 '이 병' 놓쳐 하루만에 사망…"자꾸 물 찾고 소변만"

파이낸셜뉴스       2026.01.05 11:57   수정 : 2026.01.05 14: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국에서 물을 자주 찾고 소변량이 급증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2세 아동이 병원에서 편도선염 진단을 받은 뒤 하루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 측은 아이가 제1형 당뇨병을 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소아 당뇨병 의심 증상 발생 시 검사를 의무화하는 '라일라의 법' 도입을 촉구했다.

영국 일간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잉글랜드 헐에 거주하던 라일라 스토리(2)는 지난해 5월 일반의(GP)로부터 급성 편도선염 진단을 받은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라일라는 내원 전부터 평소와 다른 몸 상태를 보였으나 의료진은 제1형 당뇨병을 의심하지 않고 편도선염으로만 진단했다.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라일라 양은 병원에서 사망했으며, 확인된 사인은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이었다.

기저귀 자주 젖었으며 밤사이 소변량 과다


유족 측은 라일라가 병원을 찾았을 당시 이미 제1형 당뇨병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부모는 라일라가 평소보다 기운이 없고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목 통증과 함께 물을 자주 찾으며 갈증을 호소했고, 소변량이 눈에 띄게 늘어 기저귀가 자주 젖었으며 밤사이 소변량 과다로 이상을 감지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라일라 부모는 이 같은 증상이 단순 감염이 아닌 제1형 당뇨병의 초기 경고 신호였을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진료 과정에서 혈당이나 소변 검사가 시행되지 않아 조기 발견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족은 딸의 이름을 딴 '라일라의 법(Lyla's Law)' 제정을 촉구하며, 영유아 및 소아가 제1형 당뇨병 의심 증상을 보일 시 의무적으로 간단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청원에는 12만 명 이상이 서명해 영국 의회 내 논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라일라 부친 존 스토리는 "딸의 죽음이 다른 아이들을 지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증상이 있는 아이들에게 단 한 번의 검사만 이뤄졌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존 스토리는 소변 검사나 손끝 채혈을 통한 혈당 측정만으로도 케톤 상승이나 고혈당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2025년 9월 진행된 검시 결과, 검시관은 해당 GP가 당시 상황에서 '급성 편도선염'이라는 합리적 진단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다만 폴 마크스 수석 검시관(교수)은 제1형 당뇨병에 대한 임상적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며 왕립 일반의협회와 왕립 소아청소년의학회에 질환 인식 및 교육 확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겠다고 전했다. 마크스 교수는 제1형 당뇨병이 "임상의의 판단 과정에서 항상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라일라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면서도 "정부 역시 소아 당뇨병 진료 체계는 갖추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의무적 선별검사 도입에 대한 충분한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당국은 증상 발현 전 항체 검사를 통해 제1형 당뇨병을 조기 발견하는 방안의 효과와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아에게서 제1형 당뇨병 얼마나 치명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 시사


라일라의 사례는 소아에게서 제1형 당뇨병이 얼마나 빠르고 치명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제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성 세포인 베타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중단돼 혈당 조절 기능이 상실된다. 혈중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키는 필수 호르몬인 인슐린이 결핍되면 혈당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해당 질환은 주로 소아와 청소년기에 발병하나 성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약 40만 명이 제1형 당뇨병을 앓는 것으로 보고되는 등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서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제1형 당뇨병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연간 약 3~4명 수준으로 서구권보다 낮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인구의 제1형 당뇨병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3.75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진단 지연'이다. 인슐린 부족 시 신체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지방을 분해하며, 이 과정에서 케톤체가 과다 생성된다. 혈액 내 케톤체 축적은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으로 이어져 심한 탈수와 산혈증, 전해질 이상을 유발한다. 치료가 지체되면 혼수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소아의 대표적 내과 응급질환으로 꼽힌다.

어린아이는 증상 표현 어렵고, 컨디션 난조로 오인하는 경우도 빈번


초기 증상은 잦은 배뇨, 심한 갈증, 피로감, 체중 감소 등으로 비교적 전형적이다. 영유아의 경우 기저귀가 평소보다 무거워지거나 없던 야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영국 당뇨병 협회(Diabetes UK)는 이를 '화장실(Toilet), 갈증(Thirsty), 피로(Tired), 체중 감소(Thinner)'의 앞 글자를 딴 '4T'로 정리해 조기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증상 표현이 어렵고, 보호자와 의료진이 이를 단순 감염이나 일시적 컨디션 난조로 오인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진단법은 간단하다. 손끝 채혈로 혈당을 측정하거나 소변 및 혈액 검사에서 케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응급 여부 판단이 가능하다. 소아·청소년에게서 제1형 당뇨병이 의심되면 즉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치료는 평생 지속적인 인슐린 투여가 기본이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 등 관리 기술이 발전했으나 이는 조기 진단이 선행돼야 가능한 수단이다. 제1형 당뇨병은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초기 증상 인식과 신속한 검사가 필수적이다.


한편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인슐린 저항성 탓에 체내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질환이다. 비만,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이 주원인이며 성인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초기에는 식이요법과 운동, 경구 혈당강하제로 관리할 수 있으며 질환이 진행된 후에야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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