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출 규제 대상, 日수입의 최대 40%…희토류 포함시 충격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2026.01.07 15:03
수정 : 2026.01.07 15:03기사원문
희토류 수출 규제시 전방위적인 산업 타격 3개월 지속시 일본 측 손실액 6600억엔..1년 지속시 2조6000억엔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중국이 지난 6일 이중용도 품목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자 일본은 "중국의 압박 조치가 2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하며 사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구체적 수출 금지 품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본에 수출하는 이중용도 물자를 폭넓게 볼 경우 최대 연간 10조 엔(약 약 92조6190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특히 하이테크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자동차, 전자부품, 의료기기 등 광범위한 업종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령 이은 2단계 압박 조치에 日 '당황'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대화에 열려 있다는 기존 태도를 강조한 상황에서 중국이 갑자기 수출 규제를 선언하자 당황한 분위기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왜 이 시기에 규제를 강화했는지 모르겠다"며 중국 측 조치에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측에 강력 항의하고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전날 스융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공사에게 "이번 조치는 국제적 관행과 크게 달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차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 대상 등을 포함한 내용에 분명하지 않은 점이 많아 우리나라(일본)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다"며 "내용을 자세히 조사하고 분석한 이후 필요한 대응을 검토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하라 장관은 이번 수출 규제에 희토류가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아직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중국의 대일 수출 최대 40%가 규제 대상" 연간 92.6조
중국은 이번 이중용도 품목 수출 금지 대상국으로 일본을 콕 집었고 자의적 해석 여지가 있는 '군사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압박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압박 배경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대한 보복 차원임을 명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가 최근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을 공공연하게 발표해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이는)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 것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 철회를 거듭해서 요구하고 있어서 경제적 위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일 수출액의 최대 40%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연간 10조 엔 이상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상무부는 일본의 군사 관련 이용자나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이 수출 규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어 광범위한 품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집적회로·전자부품 등 전기기기·전자부품 △의료기기·광학기기 등 정밀기계 △전기차(EV) 배터리 관련 리튬 화합물·희토류 등 화학품 △통신기기 △PC류 등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일본이 중국에서 수입한 전기기기·전자부품 및 통신기기는 7조7000억엔, PC류(주변기기·부품 포함) 2조4000억엔, 정밀기계 중 과학·광학기기는 4000억엔, 희토류는 2000억엔 수준이다. 이를 합산하면 총 10조7000억 엔(약 99조1152억원)으로 이 기간 중국으로부터의 총 수입액(25조3000억엔)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기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추산은 이중용도 품목을 확대 해석했을 때 최대치이지만 중국 측의 판단에 따라 상당한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희토류 수출 중단시 산업 충격 불가피..3개월 지속시 6조 손실
수입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번 규제 강화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큰 것이 희토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일본이 중일 관계 악화 이후 가장 경계했던 경제 보복 조치로 꼽힌다.
일본 기업들은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수요 전체의 약 6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EV) 모터에 쓰이는 네오디뮴 자석의 보조 재료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같은 중희토류는 거의 100%를 중국에 의존한다. 공급이 끊길 경우 관련 제조업은 생산 감소 또는 중단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 충돌 사건 이후 일본에 대해 사실상 희토류 수출 규제를 실시한 바 있다. 닛케이는 "2010년에는 (중국의) 수출 관리 법제도 갖춰지지 않았으나 절차 지연 등을 이유로 일본에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기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희토류 수출 규제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일본 측 손실액이 6600억 엔(약 6조11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럴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명목·실질 모두 0.11%포인트(p) 하락하게 된다. 관련 규제가 1년간 지속될 경우 손실액은 약 2조6000억 엔(약 24조809억원), GDP 하락 효과는 0.43%p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사태 해결을 위해 '맞불' 조치로 대항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일본이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로 취했던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등 일부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
외무성은 가나이 국장이 이날 마이클 디솜브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전화 통화를 통해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미국과 일본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중국의 수출 금지 규제에 관해서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