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 유료화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1.08 18:08
수정 : 2026.01.08 18:31기사원문
작년 방문객 600만명… 역대 최고
'사유의 방'이 '소음의 방'으로 전락
우리 문화재 손상 위험도 높아져
입장료는 커피한잔 수준이 적정
1만원대 가격 책정은 신중해야
사립 미술관 등 연쇄인상 우려
주말이면 사유의 방은 소음의 방이 되고, 관람객의 동선은 감상이 아닌 행렬이 되어버렸다.
이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상설 전시관의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유료화 시점과 방식을 놓고 여러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2027년 유료화 전환을 염두에 두고 2026년부터 예약제 도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하나의 의견이 아니다. 관람객 수가 급증하는데도 운영 예산과 인력은 제자리인 현실에서 비롯된, 절박한 행정 요청이다.
그렇다면 유료화는 정말 필요한가.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박물관은 순수 공공재가 아닌 준(準)공공재 또는 혼잡 공공재다. 다시 말해 관람객이 많아질수록 다른 사람의 관람환경이 나빠진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100만명대에 머물던 관람객 수가 불과 몇 년 사이 600만명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주차난, 혼잡, 문화재 손상 위험 등이 심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료화를 통한 수요조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현실을 지적한다. 한국박물관협회가 2025년 12월 9일 개최한 박물관 발전정책 세미나에서는 무료관람 정책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 관객은 돈을 지불하고 관람함으로써 문화유산 보존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나아가 유료화로 확보된 자금은 전시 품질 향상, 시설 개선, 수집품 관리 등에 투자될 수 있다. 무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문화재 보존, 디지털화, 연구와 조사 등은 늘 뒷순위로 밀려왔다. 단순한 수입 증대가 아니라 문화유산 보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료화의 진정한 의도인 셈이다.
물론 입장료 유료화를 둘러싼 가장 강력한 반론은 공공성이다. 국민 세금으로 지어진 공간과 소장품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소득층과 청소년에게 문화 관람 경험은 교육이자 복지라는 점에서 무상관람의 가치를 단순히 비용논리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세계 주요 박물관의 입장료 현황을 보면(2025년 12월 기준 환율 적용), 루브르는 약 32유로(약 5만2000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약 30달러(약 4만2000원), 도쿄국립박물관은 1000엔(약 9000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를 받아야 할까. 최소 3000에서 5000원 정도의 기본 입장료가 합리적 수준이라고 본다. 이는 커피 한 잔의 값어치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연 600만명 가운데 절반만 3000원을 낸다고 가정해도 연 90억원의 자체 재원이 생긴다. 이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1만원대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만약 국립중앙박물관이 1만원대의 입장료를 책정한다면 다른 국공립 박물관과 사립 박물관들도 이를 근거로 입장료 인상을 정당화하려 들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기획전의 경우 5000원의 입장료를 청구하는데 대형 사립 미술관들, 지역 박물관들이 연쇄적으로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고, 결국 일반 국민의 문화 접근권은 경제논리에 밀려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70만여점의 문물은 우리 조상들의 유산이다. 수천년 한반도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은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것의 보존과 관리에는 분명한 비용이 따른다. 조상들의 유산인 문화재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기관이 그 운영경비를 어느 정도 관람객과 함께 나누는 것은 타당하다.
문화유산 보존에 일반 국민도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된다면, 관람객도 그곳을 방문할 때 더욱 존중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상미 유럽문화예술 콘텐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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