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AI로 뇌전증 항경련제 치료 반응 예측 가능성 제시

파이낸셜뉴스       2026.01.09 09:26   수정 : 2026.01.09 09:26기사원문
환자 임상 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모델 개발
약물별 반응 인자 차이 확인해



[파이낸셜뉴스] 뇌전증 환자에게 어떤 항경련제가 가장 효과적일지를 치료 초기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약물 반응을 실제 투약 이후에야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 치료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서울대병원 신경과 박경일·이상건 교수와 융합의학과 김영곤 교수 연구팀은 84개의 임상 변수를 학습한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해 항경련제별 치료 반응성을 예측하는 연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일기관 뇌전증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뇌전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반복적인 경련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 20여 종 이상의 항경련제가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환자마다 약물 반응이 달라 효과가 없는 약제를 반복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전체 환자의 약 30%는 두 차례 이상의 약물 조정에도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신규 뇌전증 분류체계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은 뇌전증 환자 2600여 명의 초기 임상 정보와 3년 이상 추적 관찰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항경련제 사용 이력, 경련 형태, 뇌 MRI 및 뇌파 검사 결과, 혈액검사, 치료 경과 등 총 84개의 변수가 포함됐다.

머신러닝 모델에는 트리 기반 앙상블 기법이 적용됐으며, 치료 반응성은 항경련제 사용 이후 경련 빈도가 50% 이상 감소한 경우로 정의했다.

주요 분석 대상 약물은 레비티라세탐(LEV), 옥스카르바제핀(OXC), 발프로산(VPA), 라모트리진(LMT) 등 임상에서 처방 빈도가 높은 항경련제였다.

분석 결과, 단일요법 가운데서는 발프로산(AUC 0.686), 라모트리진(0.674), 옥스카르바제핀(0.633) 순으로 치료 반응 예측력이 높게 나타났다. 병용요법에서는 카르바마제핀과 레비티라세탐 병용(CBM+LEV) 요법이 가장 높은 예측력(AUC 0.764)을 보였다.

연구팀은 또 샤플리 가산 설명법(SHAP)을 활용해 약물별 치료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임상 인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신 경련을 동반한 환자는 발프로산에 대한 반응성이 높았고, 고령에 발병했거나 유병 기간이 짧은 환자는 라모트리진에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경련제마다 치료 반응을 좌우하는 임상적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경일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그동안 항경련제 선택은 전문의의 경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해온 측면이 컸다”며 “이번 연구는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다기관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 임상 현장에서 치료 결정을 보조하는 도구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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