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 붙인 메모리 칩 부족사태…"1분기에 가격 60% 더 뛴다"
파이낸셜뉴스
2026.01.11 07:35
수정 : 2026.01.11 07:35기사원문
애플, 아이폰 생산도 감소 불가피 전망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붐이 메모리 칩 부족의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가격이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올해 생산 물량이 완판된 상태라 추가 공급 여력도 없다.
CNBC는 10일(현지시간) 메모리 칩 가격이 품귀 현상 속에 폭등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300달러하던 256GB 램이 3000달러로 10배 폭등
미 테크 스타트업 주스랩스 공동 창업자이자 기술 책임자인 딘 빌러는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수개월 전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려고 약 300달러(약 43만8000원)를 주고 256기가바이트(GB) 용량의 램을 구입했다면서 “그 램이 불과 수개월 뒤 3000달러가 넘어갈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느냐”고 혀를 찼다.
메모리 칩 시장을 분석하는 대만 리서치 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주 분석보고서에서 이번 분기 D램 메모리 칩 평균 가격이 지난해 4분기 대비 50~60% 폭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렌트포스 애널리스트 톰 슈는 CNBC에 이런 종류의 메모리 가격 상승은 “전례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실적과 주가는 모두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세 배 가까이 폭증하며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는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 1년 247% 폭등했다.
3대 1 기준
AI나 서버용 메모리 수요로 인해 일반 메모리 칩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것은 이른바 ‘3대 1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AI 칩과 함께 쓰이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1비트를 만들면 일반 D램 3비트를 만들 수 없는 구조다.
HBM이 생산 능력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체들은 마진이 훨씬 높고 대규모, 장기 주문을 하는 AI 칩, 데이터센터 업체의 수요에 더 신경을 쓴다.
AI에 쓰이는 HBM, 서버용 D램을 공급한 뒤 나머지 메모리를 스마트폰이나 PC 업체에 공급하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 설비는 확장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설비를 증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마이크론은 이런 제약 속에 아예 소비자용 PC 제조업체를 상대로 하는 메모리 공급 사업을 접고 해당 물량을 AI와 서버용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메모리 월(Memory Wall)’
메모리 칩 품귀 현상의 직접 원인은 AI 칩 연산 능력 강화가 배경이다.
AI 업체들은 GPU(그래픽 처리장치)의 연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AI 모델의 연산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이른바 ‘메모리 월(장벽)’이다.
LLM(대규모 언어모델)처럼 메모리를 많이 쓰는 AI 모델은 GPU가 빠른 연산능력을 갖고 있어도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속도)이 부족해 GPU의 연산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면 병목 현상이 빚어진다. 바로 메모리 월이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클라우드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애저), 알파벳(구글 클라우드)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더 많은 메모리를 확보할수록 연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메모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애플, 메모리 부족에 공급 줄어드나
AI에 메모리를 빼앗기면서 메모리 부족 사태와 가격 급등에 직면한 PC, 노트북, 스마트폰 업체들은 비용 상승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10~18%이던 것이 지금은 약 20%로 높아졌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공급을 줄여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장기계약을 통해 1분기까지는 메모리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2분기 이후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아이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이폰 15 프로맥스가 5%대였지만 지난해 말 출시한 아이폰 17 프로맥스는 10% 이상으로 뛰었다.
애플은 장기 계약이 끝나는 2분기부터는 당장 현물 가격으로 메모리를 구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D램 구입 비용이 40~70%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신규 장기 계약 협상에 집중하는 한편 마진을 줄여 비용 상승분 일부를 흡수하고, 메모리 효율성을 높여 메모리 사용 물량을 줄이겠다는 대응책을 내놨지만 이것 만으로는 메모리 부족이라는 높은 파도를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시장 조사업체들은 애플의 올해 아이폰 출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아이폰 출하가 전년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IDC는 4%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앞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 아이폰 출하량이 2~3% 줄었고, 2022년에는 국제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인해 4.5% 감소세를 겪은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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