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답 아니었다"…기후장관, 과학 근거로 '빨대 미제공' 전환
뉴스1
2026.01.11 08:16
수정 : 2026.01.11 08:16기사원문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음료 매장에서 일회용 빨대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재질 변경만으로는 환경 보호 효과가 미미하다'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다양한 원료로 제조되는 빨대에 대한 LCA 평가 결과를 확인했다. 플라스틱(PP)과 종이, 생분해(혼합), 식물원료 기반 폴리에틸렌(Bio-PE) 등이 비교 대상이었다.
종이 빨대, 플라스틱보다 무겁고 원료 소비 커
평가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물 사용, 독성, 미세먼지 형성 등 16개 항목으로, 유럽연합(EU)이 개발한 전과정환경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최신 기법(EF3.1)을 활용했다.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210㎜ 빨대 1000개'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플라스틱 빨대의 총 무게는 0.72㎏, 종이 빨대는 1.54㎏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종이 빨대가 더 많은 원료를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재질 간 환경적 우열은 폐기 조건과 평가 방식에 따라 달라졌다. 현실적인 폐기 여건(소각 73.6%, 매립 26.4%)을 적용한 시나리오에서 플라스틱 빨대는 16개 영향범주 중 10개에서 가장 낮은 환경영향을 기록했다. 같은 조건에서 Bio-PE 빨대는 10개 범주에서 가장 높은 환경영향을 보여 가장 높은 환경 영향을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 중인 '소각 비중 100%'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도 플라스틱 빨대가 총 16개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가장 낮은 환경영향을 보였다.
다만 소각 비율을 볼 때 '소각 100%' 조건에선 종이 빨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낮았다. '소각 73.6% 조건'에서는 플라스틱 빨대의 온실가스 배출 영향이 더 낮았던 것과 대비된다.
서로 다른 단위를 갖는 16개 영향범주를 정규화하고 가중치를 적용해 하나의 지표(Eco-Index)로 환산한 종합 평가에서 두 시나리오 모두 플라스틱 빨대가 가장 낮은 환경영향을 기록했고, 이어 생분해, 종이, Bio-PE 순이었다. 재질을 바꾸는 방식만으로는 전반적인 환경 부담을 유의미하게 낮추기 어렵다는 과학적 결론인 셈이다.
"종이 빨대 코팅이 오히려 독"… 정책 방향 '원천 감량'으로
이 같은 결과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앞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김 장관은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자 종이 빨대 공장이 돌아갔지만, 종이 빨대는 물을 먹기 때문에 특수 코팅이 필요하고,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종이나 플라스틱을 가리지 않고 매장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빨대를 제공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 시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취지다.
보고서는 또 국내 카페와 선별장 조사 결과, 빨대는 분리배출되더라도 크기가 작아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 소각·매립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한국전과정평가학회는 설문·직접 조사를 통해 플라스틱 빨대의 62.1%가 재활용봉투로 배출됐지만, 선별 과정에서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실태를 기후부에 전한 걸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치를 토대로 정부는 '어떤 재질을 쓸 것인가'보다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환경 개선 효과가 크다고 판단, 일회용품 사용량 원천 감량에 초점을 맞춘 탈(脫) 플라스틱 로드맵을 공개했다. 빨대를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 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도 전 과정 평가를 핵심 근거로 삼았다.
한편 종이 빨대 안전성 조사는 한국소비자원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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