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풀기 나선 다카이치… 엔화는 곤두박질
파이낸셜뉴스
2026.01.11 19:03
수정 : 2026.01.11 19:03기사원문
엔달러 환율 1년 만에 158엔대로
선거 때까지 단기 변동성 커질 듯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의원 조기 해산 검토 소식에 지난 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한 때 달러당 158엔대로 급락했다. 158엔대까지 내려간 것은 1년 만이다. 재정 확대 기대감에 일본 증시는 환호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방향성이 불확실해졌다며 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의원 해산 검토 소식에 엔 환율 158엔대로
지난 9일 오후 11시경 요미우리신문이 "다카이치 총리가 오는 23일 소집 예정인 정기국회 개막 직후 중의원을 해산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하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7.40엔에서 157.50엔 수준에서 거래되던 엔화는 오후 11시 45분께 158엔대로 진입했다. 다음날 오전 0시 15분경에는 158.20엔까지 하락했다. 불과 1시간 남짓한 시간에 0.80엔이나 떨어진 셈이다.
엔화 가치는 유로 대비로도 유로당 183.40엔에서 183.90엔까지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이 지난해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했을 때에도 하루 만에 약 2엔 하락한 바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강한 반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중의원 해산 관련 보도에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재정 악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22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내각은 올해 예산안을 사상 최대인 122조3092억엔으로 편성했다. 국채 원리금 상환비는 금리 상승에 따라 사상 최대인 31조2758억엔으로 늘어 처음으로 30조엔을 돌파했다.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해산 이후 총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기반이 안정되면 다카이치 내각이 높은 여론 지지를 바탕으로 재정 지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시장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3.52%까지 상승(국채 가격은 하락)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7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독일 30년 만기 국채 금리(연 3.4%대)보다 높아졌다. 국채를 추가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국채 매도를 재촉하고 있다.
■방향성 잃은 엔 환율… 단기 변동성 확대 우려
전문가들은 조기 중의원 해산이 단행될 경우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리야 쇼고 미나토은행 전략가는 "실제 중의원 해산이 이뤄지면 2026 회계연도 예산 성립이 지연될 것"이라며 "선거 이후의 정책도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며 엔화 매도가 우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외화 수급과 금리 차 등을 고려하면 제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유사하게 엔화가 방향성을 상실하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7~2021년 제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엔화는 달러당 110엔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당시 코로나19 충격으로 미·일·유럽의 정책금리가 사실상 사라진데다 무역 거래의 정체로 수급 측면에서도 균형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편 단기적으로 엔화 가치 하락이 커질 경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환율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간다 타쿠야 가이타메닷컴 종합연구소 선임 환율 애널리스트는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등 일본 정부로부터 강한 경고가 나오면 엔 환율이 156엔대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