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반응 조절 유전체 '입체구조' 연대 의대 연구팀 규명

파이낸셜뉴스       2026.01.12 09:58   수정 : 2026.01.12 09:58기사원문
DNA 연결 방식 따라 유전자 작동·약물 반응 달라져
발병기전·정밀의학 기초 단서 제시, 국제학술지 게재



[파이낸셜뉴스] 유전체의 입체적 구조가 면역 유전자의 작동 방식과 약물 반응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면역질환의 발병 기전은 물론, 개인별 약물 반응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로 주목된다.

12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김형표 교수와 의생명과학부 이은총 교수 연구팀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체의 3차원 구조 변화가 유전자 활성과 약물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체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IF 13.1) 최신호에 게재됐다.

기존에는 DNA가 일렬로 늘어선 유전 정보의 집합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DNA는 세포 내에서 접히고 연결된 입체구조를 형성하며, 이 구조가 유전자의 발현 시점과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외부 자극에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면역세포에서는 이러한 유전체 구조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염색질의 3차원 구조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CTCF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제거한 CD4⁺ T 세포를 제작해 정상 세포와 비교 분석했다. CTCF는 DNA가 접히고 연결되는 구조를 조율해 유전자 간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CD4⁺ T 세포는 면역반응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는 핵심 면역세포다.

분석 결과, 정상 CD4⁺ T 세포에서는 면역 유전자와 멀리 떨어진 유전자 조절 부위(인핸서) 사이에 안정적인 입체적 연결 구조가 형성돼 있었지만, CTCF 기능이 저하된 세포에서는 이러한 연결 구조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재편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는 면역 유전자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 단순한 유전자 존재뿐 아니라, 공간적으로 정교하게 연결된 조절 네트워크가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또 연구팀은 유전체 구조가 유전자 발현 여부뿐 아니라 작동 속도까지 조절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RNA 중합효소가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다시 작동하는데, 입체 연결 구조가 잘 유지된 유전자에서는 이 멈춤 단계가 빠르게 해제됐다.

반면 구조가 무너진 경우 유전자 작동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실험에서도 유전체 구조에 따른 반응 차이가 확인됐다.
동일한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유전체의 3차원 구조 변화에 따라 특정 면역 유전자들의 전사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김형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체의 입체적 구조 변화가 실제로 유전자 작동 방식과 약물 반응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며 “유전자를 평면적인 정보로 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연결 네트워크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의 발생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람마다 약물 반응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다”며 “향후 개인 맞춤형 치료와 정밀의학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