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 暗 높디 높은 '기술 자립' 문턱

파이낸셜뉴스       2026.01.12 18:19   수정 : 2026.01.13 09:49기사원문
(2) 방위산업의 명과 암
국방 반도체 수입 의존도 99% 달해
미래 전장 핵심 기술력은 15년 격차
'설상가상' EU 역외 방산 규제 강화
해외서 기술 빌려쓰는 종속도 문제
연구원 등 고급인력 부족 해결해야

K방산은 지난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 천명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22년 폴란드 수출을 기점으로 한국 무기는 '가성비'와 '신속 납기'의 대명사가 됐다. 또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와 함께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하지만 K방산의 구조적 약점은 기술자립의 한계로 핵심 기술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첨단 항공엔진, 핵심 전자부품, 일부 센서와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수출통제나 동맹국 정책 변화가 발생하면 치명적 리스크로 전환될 우려가 상존함을 의미한다.

■수출 다각화, 선택이 아닌 생존조건

방산 개발은 일반 제품 개발과 달리 실패가 곧 국가안보 위기로 직결되는 고도의 중압감 속에서 이루어진다. 난관을 뚫고 수출은 늘었지만, 핵심소재는 80% 이상 수입에 의존한다. 국방반도체 수입은 공식 통계상 여전히 99%에 달한다.

부품 국산화율은 80%를 넘어섰으나 첨단항공엔진, 항전, 레이다, 센서류, 무장 등 핵심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 심지어 중소형 드론, 로봇 핵심부품조차 자급이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방산 수출은 외형적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북유럽과 북미, 호주와 중남미까지 전 세계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K방산의 70여개 무기 완제품 가운데 특정 무기체계와 폴란드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향후 대형 플랫폼 수출이 지연되거나 정치·외교 변수로 흔들릴 경우 실적 변동성은 한꺼번에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문제'가 아니다. 초기 수주가 막히면 후속 유지·보수·정비(MRO), 성능개량, 탄약·부품 공급이라는 안보 생태계 전체가 흔들린다. 이제 수출 다각화는 선택이 아니라 K방산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수출 확대와 기술이전 사이 딜레마

특히 해외 고객들이 점점 더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 산업협력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한국은 '수출 확대'와 '기술이전'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해 있다.

기술자립 없는 현지화는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의 방산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설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 기술 수출은 K2 전차의 경쟁자를 키운 부메랑이 된 사례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재무장과 관련, 무기공동 구매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 Security Action for Europe)' 정책을 수립, 최대 1500억유로(약 245조원) 규모의 자금 조성과 회원국에 장기 대출 제공 권한을 부여받았다. 해당 정책에는 역내생산 비율(35% 이하)과 금융지원 연계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EU 회원국들은 유럽방위기술산업기반(EDTIB) 강화와 무기 공동구매, 국방 준비태세 강화를 목표로 새로운 방산질서를 구축 중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유럽 역외 방산기업에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방산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성공할수록 규제를 불러올 수 있는 역설적 상황으로도 분석된다.

■인력·기술·시장 구조 등 근본적 재설계

인공지능(AI) 시대 첨단기술의 신속한 무기획득시스템 부재도 문제다. 10~15년 이상 걸리는 무기개발 방식만 가지고는 K방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점점 가성비와 신속납품 경쟁력이 무뎌지고 있다는 얘기다. 드론은 튀르키예보다 15년 이상 뒤처져 있다. AI·SW·로봇·우주·사이버 등 첨단기술도 선진국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원준 전북대 교수는 "신속한 무기획득시스템 구축은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 자칫 해외 방산유니콘 기업들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며 "다가오는 2030년대 세계 최대의 재래식 무기 생산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인력이다. 심순형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방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력난 심화와 대기업·중견기업 역시 IT·SW 분야 연구원 등 고급인력 유치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짚었다.


장원준 전북대 교수는 "핵심 기술의 전략적 자립, 유럽형 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AI 첨단기술의 신속한 성능개량 등이 없이는 지금의 성과는 수년 반짝 성과에 그칠 수 있다"며 "이를 철저히 경계하고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성과가 클수록 그 이면의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K방산이 지금 직시해야 할 것은 환호가 아니라,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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