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영입 막힌 금융 이사회… 교수로 채웠다

파이낸셜뉴스       2026.01.12 18:32   수정 : 2026.01.12 18:32기사원문
4대지주 사외이사 47~50% 차지
거래관계 있거나 경쟁사 임원이면
지배구조법상 선임 못하게 제한
과도한 족쇄가 인력 쏠림 부른 셈

올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의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명이 현직 '교수'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사외이사 수는 해마다 30~32명으로 차이가 있지만 현직 교수의 비중은 15명으로 유지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 금융지주 이사회의 '참호' 구축, 사외이사가 교수에 쏠려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패한 이너서클'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강도 높고 촘촘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사외이사 선임에서 '교수 선호' 현상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오는 16일 출범하는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국민연금 추천(주주추천제) 등으로 강화할 경우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3년간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가운데 현직 교수의 수는 줄곧 15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50%에 이른다.

올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금융권 경영인은 5명, 산업계 경영인은 5명 등 총 1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권 경영인 9명, 산업계 경영인 3명 등 경영인이 총 12명 활동했지만 금융권 경영인은 줄어드는 추세다. 변호사(2명), 회계사(3명), 전직 고위 공무원(1명), 금융권 연구원 박사(1명) 등도 사외이사로 꾸준히 선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 금융지주가 사외이사로 교수를 주로 선임하는 배경으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상법 등 '규제의 역설'을 꼽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이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법률은 일반기업, 금융회사를 가리지 않고 세계에 없는 강력한 법으로, 제약사항이 많다"면서 "기업인이 다른 회사로 가서 사외이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수를 부르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6조(사외이사의 자격요건) 6항은 금융사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관계, 협력관계에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이나 최근 2년 이내 상근 임직원인 사람은 금융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시행령 제8조에는 6항의 중요한 거래관계, 사업상 경쟁관계, 협력관계 법인을 거래실적 합계액, 매출액, 채무보증 합계액 등으로 촘촘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자격요건 자체가 사외이사 인력풀을 좁힌 탓에 모범사례로 언급된 미국 JP모건과 같이 경쟁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3년 새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가운데 경쟁 은행 CEO나 임원을 지낸 인사는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KB금융지주 전 이사회 의장), 이정원 전 신한은행 부행장(하나금융지주 전 이사회 의장),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등 3명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금융사와 거래관계 등 이해상충 문제가 있으면 안 되고, 경쟁사 임원도 2년 이내로 막아두는 등 '금융사가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오히려 사외이사 인력풀이 줄어 특정직군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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