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부총리 부활에 거는 기대
파이낸셜뉴스
2026.01.13 18:07
수정 : 2026.01.13 18:17기사원문
노무현 정부에서 과기 부총리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과학기술계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 시기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승격되었지만 내각 내에서 과기부의 위상은 여전히 제한적이었고,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국방·국토개발·산업진흥에 비해 과학기술은 뒷순위로 밀려 있다는 인식이 컸다. 이에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국무회의 발언권 강화와 범부처 R&D 통합조정을 목적으로 과기 부총리제가 도입되었다.
당시 부총리의 역할이 R&D 투자 확대와 정책 조정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과학기술 부총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미션은 훨씬 다층적이다. AI 전환, 에너지 전환, 첨단기술 산업으로의 구조 재편이라는 대전환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핵심 임무다. 기술 추격국에서 선도국으로 도약한 한국은 첨단기술의 R&D와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대학과 출연연의 실험실 연구, 스타트업과 벤처의 상용화 연구, 대기업의 대규모 신산업 투자가 국가혁신체제 안에서 빠르게 맞물려 돌아가야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의 기획과 조정을 재정경제부가 주도하는 현실은 여전히 재경부 중심 구조가 강고함을 보여준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기 논의처럼 과기부가 미시경제 총괄부처 임무를 수행하려면 부총리 직위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기부와 혁신본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거나, 부총리에게 예산 편성권을 포함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더불어 부총리가 주재하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국정과제별로 의제를 적시에 발굴·심의·의결하는 실질적 회의체로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산업계·대학·연구계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 실행과제를 기획·추진해야 한다.
과학기술 부총리제 부활은 제도의 복원이 아니라 국가 혁신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진정으로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끄는 엔진이 될 수 있을지, 그 성패는 부총리가 충분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가 대전환 과제를 실제로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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