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난무하는 청와대 댓글 창
파이낸셜뉴스
2026.01.13 18:10
수정 : 2026.01.13 18:16기사원문
특정 표현 하나, 특정 표정 하나가 잘려 나가 맥락을 잃은 채 떠돌고 그 조각들이 다시 공격의 근거로 재활용된다.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공방이 격해질수록 설명의 자리와 별개로 실시간 댓글이 먼저 전쟁터가 되는 풍경이 굳어지는 듯하다. 무엇이 사실인가보다 "누가 더 많이 강하게 공격하느냐"가 앞서는 순간 본질은 흐려지고 만다.
문제는 이 환경이 국정 소통의 효율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발언의 맥락보다 댓글의 온도가 먼저 소비되고 댓글 반응이 또 다른 해석의 기준처럼 굳어진다. 설명을 위한 간담회가 결과적으로는 감정의 스크린샷으로만 기억되는 사례가 늘수록 정부든 언론이든 본래의 목적에서 멀어진다. 정책의 내용은 뒷전이 되고 공격과 조롱이 남긴 파편들만이 떠돌고 만다. 무엇보다 설명해야 할 대상이 국민 전체에서 댓글 전쟁의 관전자 혹은 가담자로 좁혀지는 순간 국정의 언어는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책임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정치와 여론이 만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소통이 확대될수록 메시지는 더 짧아지고 반응은 더 거칠어진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설명 역량, 언론의 맥락 전달, 플랫폼의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사실관계와 맥락을 충분히 제공하는 장치, 악의적 좌표 찍기와 인신공격을 확산시키지 않는 운영 원칙, 그리고 혐오와 폭력을 걸러내는 기본 규범이 함께 요구된다.
댓글은 분명 여론의 한 단면이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숙고 역시 민심의 일부다. 국정의 창이 전장으로 변하는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더 큰 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공론장일지 모른다. 그 공론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은 특정 진영의 승패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비용을 줄이는 문제에 가깝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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